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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지진예측 실패’ 이탈리아 학자들 중형…세계 과학계 ‘발칵’

등록 2012-10-23 20:19수정 2012-10-24 09:35

법원, 전문가 등 7명 살인혐의 적용
‘대지진 전조 없다’ 공언 책임 물어
“정보오류로 2009년 300여명 사망”
검찰 구형보다 가혹한 ‘금고 6년형’
일본선 “자유로운 발언 방해 우려”
지난 2009년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대지진을 겪은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는 대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예측했던 지진 전문가들에게 법원이 최고 금고 6년의 중형을 선고해, 세계 과학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진예측이 매우 중요한 공적 업무가 된 일본 학자들은 “자유로운 발언에 해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에이피>(AP) 통신 보도를 보면, 이탈리아 라퀼라 지방법원은 지난 2009년 4월6일 규모 6.3의 지진으로 3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해 주요재난위원회 소속 과학자 6명과 공무원 1명에 대해 다중살인 혐의를 인정해 22일 유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최고 금고 6년형과 함께 900만유로(약 129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국립지구물리학 화산연구소의 엔초 보스키 전 소장 등은 지진이 일어나기 전 열린 검토회의에서 “이탈리아에 대지진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자잘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것이 반드시 대지진의 전조는 아니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라퀼라 지역엔 작은 지진이 빈발해, 일부 학자들은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부 방재국의 베르나르도 데 베르나르디니스 당시 부장관은 검토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안심하고 집에 있어도 된다”고 공언했다.

 11명의 지진피해자 가족들의 고소로 이들을 기소한 검찰은 “과학자들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지진 정보를 제공해 수많은 사람들이 사망한 것은 형사처벌의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피고인들은 “행정을 위해 과학적인 견해를 전한 것 뿐”이라고 변호했으나,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이들에게 최고 금고 4년의 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의 판결은 한층 가혹했다. 고소인을 대변했던 변호사는 “이는 모든 희생자들을 위한 역사적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피고인들은 판결에 불복해 곧 항소하기로 했다. 보스키 전 소장은 “나는 지쳤다. 석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왜 내가 기소됐는지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과학계도 발칵 뒤집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지리학 연구소의 지진학자 수전 허프는 “과학계에 매우 슬픈 날”이라며 “과학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지진 빈발국으로 과학자들이 정부의 지진예측 활동에 많이 참가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우려가 더욱 크다. 야마오카 고슌 나고야대 교수(지진학)는 “가혹한 판결에 놀랐다. 과학자의 책임을 너무 심하게 물으면 자유로운 발언을 하거나,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것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고, 길게 보면 주민에게도 마이너스가 된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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