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보다 1500년 앞서 형성 추정
불가리아 동부에서 그리스보다 1500년이나 먼저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선사 도시가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31일 불가리아 프로바디아 인근에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 도시는 기원전 4700~4200년께 350여명의 주민이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바위 성벽에 둘러싸인 요새 형태의 2층 건물이 발견됐는데, 소금을 생산하던 거점인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처음 발견돼 고고학자들이 발굴 작업을 벌여 왔으며, 멀지 않은 곳에서 함께 발견된 공동묘지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도시는 53㎞ 떨어진 바르나 외곽 묘지에서 40년 전에 발견된 거대한 금 무더기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로도 평가받는다. 무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 보석류 3000여점이 발견됐는데, 이 지역에 왜 이렇게 많은 보물들이 있었는지 설명이 쉽지 않았다. 당시 소금은 고기저장 등에 쓰이던 중요한 생필품이자 거래품목이었기 때문에, 소금 교역을 통해 부의 상징인 금을 대량으로 확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학자들은 이 도시가 요새 형태를 띠고 있는 것도 값비싼 소금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가리아 국립고고학회 연구원 바실 니콜로프는 “이 도시가 그리스나 고대 로마 혹은 중세의 정착 도시와 같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남·동유럽 선사유적지에서 이렇게 높은 바위 벽돌로 둘러싸인 정착지가 발견된 적이 없다”고 평가했다.
또 프로바디아의 선사 도시는 보스니아 투즐라와 루마니아 투르다의 소금 광산들과 함께 비슷한 시기에 카르파티아 산맥과 발칸산맥에 일종의 문명들이 존재했음을 증명한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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