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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ABC방송’ 간판 앵커 피터 제닝스 폐암 사망

등록 2005-08-08 23:03수정 2005-10-28 10:57

언론인 피터 제닝스 사망
언론인 피터 제닝스 사망
[이사람] 9·11테러 60시간 연속방송 ‘유명’
미국 <에이비시방송>의 간판 앵커인 피터 제닝스(67)가 7일 폐암 투병 끝에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뉴욕의 집에서 숨을 거뒀다고 가족들이 밝혔다.

데이비드 웨스틴 에이비시방송 사장은 “피터는 동료이자 친구였고, 여러 면에서 우리의 지도자였다”며 “그가 없는 세상이 우리에게 똑같지 않을 것”이라며 애석해했다.

그는 지난 4월5일 녹음 테이프를 통해 자신의 폐암 발병 소식을 전하면서 쉰목소리로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며 방송 복귀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관록 있는 뉴스 진행을 다시는 보여주지 못했다. 다만 항암 치료를 받는 도중 종종 사무실에 들르고,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뉴스 기획·제작에 참여하는 등 복귀 의지를 불태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본드’를 닮은 깔끔한 용모의 제닝스는 <엔비시> ‘나이틀리 뉴스’의 톰 브로코, <시비에스> ‘이브닝 뉴스’의 댄 래더와 함께 미국 공중파 방송의 3대 스타 앵커 시대를 구가했던 방송인이다. 지난해 대선을 끝으로 브로코가 은퇴한 데 이어 래더가 대통령선거의 오보 파동 속에서 불명예스럽게 은퇴한 이후, 제닝스마저 유명을 달리함으로써 공중파 방송의 트로이카 시대는 마침표를 찍었다.

20년 넘게 노익장을 과시하던 이들 트로이카는 모두 미국 명문대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특히 제닝스의 이력이 가장 독특하다. 캐나다 전국방송의 첫 앵커였던 찰스 제닝스의 아들로 1938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제닝스는 9살 때 캐나다의 <시비에스>에서 토요일 아침 라디오 어린이 방송을 진행하면서 방송계에 입문했다. 이후 사립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온타리오 라디오 방송사에서 일하다가 62년 <캐나다티브이>의 공동 앵커가 됐다.

64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를 취재하던 저돌적인 기자 제닝스는 에이비시방송 뉴스국장의 눈에 띄어 발탁된 뒤 65년 뉴스 앵커로 데뷔한다. 그러나 시청자 반응이 신통치 않자 3년 만에 앵커에서 중도하차했다. 외국 특파원으로 변신한 그는 72년 뮌헨올림픽 인질사건 보도 등으로 이름을 날린 뒤 78년 3인의 앵커가 공동 진행하던 ‘월드뉴스투나잇’의 런던 앵커로 다시 복귀했다. 83년 단독앵커로 월드뉴스투나잇을 진행하면서 풍부한 국제뉴스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베를린 장벽 붕괴, 1차 걸프전 등을 보도하면서 이름 그대로 월드뉴스의 성가를 드높였다. 그의 활약은 시청률로 나타났다. 시청자들은 그의 캐나다식 발음이나 보잘 것 없는 학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 86년부터 10여년 동안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가 진행한 월드뉴스투나잇은 시청률 경쟁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했다. 9·11 동시 테러 때는 60시간 연속 방송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시청자들의 감정적 경험이 담긴 사안을 보도할 때 앵커는 자신의 감정 층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냉정한 보도 자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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