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거부권 카드’ 꺼내며 합의 막아
폴란드·스페인 등은 확대편성 요구
폴란드·스페인 등은 확대편성 요구
유럽연합(EU)의 2014~2020년 예산안 합의가 부국과 빈국 간 의견 격차로 결국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유럽연합 예산에 납부한 돈이 지원받은 금액보다 많은 순기여국과 그 반대인 순수혜국은 ‘예산 감축·동결 대 증액’으로 맞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2∼23일 브뤼셀에서 특별예산 회의를 열어 2014년부터 7년간 집행될 예산안의 합의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견해차가 너무 커서 아예 논쟁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회의장 분위기는 놀랍게 훈훈했다”는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이에 앞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07∼2013년 예산보다 4.8% 인상한 1조250억유로(1433조6367억원)의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큰 반발에 부닥쳤다. 이에 헤르만 반롬푀이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이를 조정해, 역내 GDP의 1%를 조금 웃도는 9730억유로(1360조9059억원)를 제시했다.
영국, 네덜란드, 스웨덴 등은 유럽 각국의 긴축정책에 맞춰 유럽연합 예산도 감축 또는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집권 보수당까지 유럽연합 예산 증액에 대한 반발이 거세 정치적 위기에 몰린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거부권 행사’까지 언급하며 합의를 가로막았다. 독일, 프랑스 등도 예산을 GDP의 1% 이내에서 짤 것을 요구했다. 반면 재정위기를 겪는 폴란드, 헝가리, 스페인 등 순수혜국들은 예산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논의는 건설적으로 진행됐다. 내년초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아직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예산안 합의가 안되면 2013년 예산에 물가상승률 2%를 가산해 매월 자동 집행하게 된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지만 중·장기 예산 집행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반롬푀이 상임의장은 유럽연합 예산의 37.5%는 농업에, 32%는 저개발 회원국 등의 결속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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