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출신 비바 탬파 CNN에 기고
가자지구 충돌에만 관심 보이며
콩고 비극 외면하는 서방언론 질타
‘아프리카 화약고’ 위험성 강조도
가자지구 충돌에만 관심 보이며
콩고 비극 외면하는 서방언론 질타
‘아프리카 화약고’ 위험성 강조도
“콩고민주공화국은 유엔이 규정한 ‘세계 성폭행 수도’다. 천연자원 지배권을 놓고 다투는 민병대가 성폭행을 무기로 사용한다…나는 <시엔엔>(CNN), <비비시>(BBC) 방송이 콩고의 고통에 대한 생생한 이미지와 뉴스를 쏟아내야 한다고 믿는다.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은 콩고의 전쟁과 비극을 1면에서 다뤄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매일 1100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현실은 계속될 것이다.”
27일 미국 <시엔엔> 방송 온라인판에 격문과도 같은 기고문 한편이 올라왔다. 민주콩고 출신으로 영국 런던에 ‘세이브 더 콩고’를 설립한 비바 탬파의 글이었다. 그는 지난주 촉발된 ‘민주콩고 사태’에 무관심한 서방 언론을 질타하며 보도의 긴급성을 알렸다. 민주콩고는 20일 반군 M23이 조제프 카빌라 정권에 반기를 들고 동부 중심도시 고마를 점령하면서 내전 위기에 처해 있다. 500만명이 넘게 숨진 ‘제2차 콩고 전쟁’(1998~2003)의 재연 우려가 높았지만, 서방언론의 관심은 온통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충돌한 가자지구에 쏠려 있었다. 몇달째 서방 미디어의 메인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시리아 내전사태와 비교해도 민주콩고에 대한 기사 비중은 볼품이 없었다.
탬파는 “왜 시리아나 가자의 고통은 대대적인 보도의 자격이 있지만, 콩고 학살과 성폭행은 그렇지 않은가”며 매섭게 따져물었다. 그는 런던·워싱턴과 콩고의 지정학적 혹은 문화적 차이 때문인 것인지, 서방의 이해관계가 적고 동맹국이 민주콩고 사태로 인해 위험해지지 않기 때문인 것인지 의구심을 표했다. 또 같은 일이 유럽에서 일어났거나, 콩고가 영어를 쓰는 나라였더라도 이런 대접을 받았겠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전세계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주요 사건·사고와 콩고 전쟁의 사망자수를 비교하며 ‘아프리카의 화약고’로서 콩고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탬파는 “콩고 전쟁은 360일간 매일 9·11 테러가 일어난 것과 거의 같은 수의 생명을 앗아갔다. 1994년 르완다 학살, 1990년대 중반 보스니아 인종청소, 수단 다르푸르 집단학살, 2004년 아시아 쓰나미 사망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사망자의 숫자를 모두 더한 것의 두배가 숨졌다”고 전했다.
한 콩고 활동가의 절규가 서방언론에 죽비를 내리친 27일 민주콩고 내전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반군 M23이 고마에서 조건부 철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27일 “늦어도 3일 안에 고마를 떠나겠다”는 M23 지도자 술타니 마켕가의 발언을 전했다. 그러나 M23는 기존 반군 점령지역에서 정부군의 무장해제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카빌라 대통령의 라이벌인 에티엔 치세케디의 가택연금 해제도 요구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그것은 카빌라의 ‘정치적 자살’을 의미한다”며 철군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협상 전망은 엇갈리지만, 반군이 고마를 철수한다고 해도 민주콩고의 정치적 불안정이 한동안 지속될 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제2차 콩고 전쟁 당시 정부군을 도왔던 앙골라-짐바브웨-나미비아와 반군을 지원했던 르완다-우간다 ‘전선’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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