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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일상에 스민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우리는 내일을 꿈꾼다

등록 2012-12-31 20:20수정 2012-12-31 21:36

왼쪽부터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야스민(6), 시리아 난민 어린이 라미(11), ‘지진 악몽’ 아이티의 자네(26),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림(14), 인도 타밀나두의 셀밤(34).
왼쪽부터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야스민(6), 시리아 난민 어린이 라미(11), ‘지진 악몽’ 아이티의 자네(26),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림(14), 인도 타밀나두의 셀밤(34).
새해특집 분쟁지역서 띄운 소망의 말
시리아 난민 어린이 야스민(6)
“집도 없지만 장난감이
더 갖고 싶어요”

시리아 난민 어린이 라미(11)
“온가족이 담요 하나…
더 많았으면 해요”

‘지진 악몽’ 아이티의 자네(26)
“지진 전의 포르토프랭스
그 모습으로 돌아가고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림(14)
“폭격 같은 무서운 일
더이상 당하지 않길”

인도 타밀나두의 셀밤(34)
“기부받은 젖소로
아이들 배불리 먹였으면”

죽음의 공포가 일상에 스며 있다. 포연은 걷히지 않았고 굶주림도 여전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간엔 새로운 희망이 담긴다. 전쟁과 폭력, 기아, 재해에 시달리는 이들의 간절한 새해 소망을, 월드비전·세이브더칠드런·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지구촌 곳곳에서 활동중인 단체들이 보내왔다.

시리아 내전 때문에 레바논 동부 베카 지역으로 피난 온 야스민(6)은 집이 없다. 밤엔 모스크 근처 공원 벤치에서 잔다. 엄마는 “집이 있으면 좋겠다”고 울지만, 야스민은 ‘집’보다 ‘장난감’이 더 갖고 싶다. “지금은 형 세명이랑 장난감 한개를 같이 쓰고 있어요. 이제 여섯살이 됐으니 저만의 장난감을 갖고 싶어요.”

올해 요르단의 대규모 난민촌인 자타리 캠프로 온 시리아 어린이 라미(11)는 늘 춥다. 시리아에서 가져온 담요는 하나뿐인데 엄마는 캠프에서 받은 담요로 가족들이 입을 옷을 만든다. 라미의 어린 동생들은 ‘아빠’, ‘엄마’에 이어 처음 익힌 단어가 ‘추워’다. 라미는 “옷을 만드느라 담요가 떨어질까봐 걱정이에요. 담요가 더 많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살고 있는 자네(26)는 3년 전 지진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자활사업에 투입돼 시가지를 복구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자네가 새해에 바라는 것은 “올해엔 지진이 일어나기 전의 포르토프랭스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림(14)은 “다른 나라 아이들처럼, 우리에게도 더이상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소원이다. “지난해 11월 저희 집이 폭격을 당했어요. 폭탄이 터질 때 귀가 떨어질 듯 아팠고, 집과 농장이 다 엉망이 됐어요. 팔레스타인이 제발 자유로워지길 바라요.”

인도의 시골 지역인 타밀나두에서 살고 있는 셀밤(34)은 석달 전 월드비전을 통해 젖소를 받았다. 우유를 좋아하는 아들 아룰(10)은 소에게 풀을 먹일 때마다 신이 나서 뛰어나간다. 셀밤은 올해 소망으로 아이들에게 계속 우유를 먹일 수 있도록 “소가 죽지 않는 것”을 꼽았다.

지난 10년 동안 내전으로 수백만명이 죽은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은 두달 전 동부 대도시 고마에 반군 M23군의 침공으로 다시 긴장이 높아졌다. 하지만 고마의 젊은이들은 씩씩함을 잃지 않고, 네덜란드 공영방송(RNW)을 통해 전세계에 새해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인 조엘 브웬데는 올해 캐나다에서 열리는 세계 스카우트 대회에 대표단으로 참가하는 게 꿈이다. 브웬데는 “고마의 젊은이들이 국제회의에서 발언권을 갖는 것은 위대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인 파피 이누시는 반군 침공 이후 매상이 뚝 떨어졌다. 그는 좀더 일찍 가게 문을 열어 번 돈으로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 술을 사고 싶어한다. 이누시는 “우리나라와 르완다 사이가 좋아져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 그땐 우리 가게를 더 큰 식료품점으로 확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임스 은자바라는 올해도 신에게 계속 기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질적으로 나아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영적으로 신을 찬양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는 게 내겐 가장 중요하다.”

새해 소망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 사람들도 있다. 예멘의 후세인 살레가 그렇다. 이슬람 극단주의와 분리주의가 갈등하는 예멘 남부 아덴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 소속으로 일했던 그는 지난해 단체가 미리 촬영한 동영상에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도울 수 있기”를 소망으로 꼽았다. 국제적십자위원회가 구호기구로선 처음으로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단체에 억류된 무고한 죄수들을 방문해 현지조사를 하도록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공중폭격으로 사방에 튄 파편으로 새해를 맞지 못하고 지난해 35살로 불꽃처럼 타오르던 삶을 마감했다.

이유주현 길윤형 전정윤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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