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 미룬 차베스
야권쪽 인터넷에 ‘위독설’ 올리자
정보국, 테러리즘 선동혐의로 수색
야권쪽 인터넷에 ‘위독설’ 올리자
정보국, 테러리즘 선동혐의로 수색
“정부가 대통령의 건강상태를 숨기고 있다.” “야권이 병세악화 루머를 퍼뜨리고 있다.”
애초 10일(현지시각) 열릴 예정이었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4번째 취임식이 건강 악화로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정부와 야권의 ‘정보전’도 가열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이 지난달 아바나로 떠난 뒤 한달 이상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추자, ‘지도자 공백’ 사태를 선점하기 위한 양쪽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는 것이다.
영국 <가디언>은 8일 베네수엘라 정보기관 직원들이 유력 야권 인사의 사촌인 페데리코 메디나 라벨의 집을 5일밤 급습해 컴퓨터를 압수했다고 보도했다. 메디나는 야권의 저명 언론인 알베르토 페데리코 라벨의 사촌이다. 그는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에 “차베스는 쿠바에서 귀국하지 못할 것”이라는 글을 올려 테러리즘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보당국의 예민한 반응은 취임식 연기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감을 반영한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3일 차베스 대통령이 수술을 받은 이후 심각한 호흡기 감염으로 인한 복합 증세로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차베스 위독설이 확산되자 에르네스토 비예가스 정보통신장관은 7일 “차베스 대통령은 ‘안정적인 상황’에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상에 대한 언급이 없어 루머를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차베스 대통령이 혼수상태이며, 생명유지장치의 도움을 받고 있거나 이미 죽었다는 루머가 확산되고 있다. 또 만일 예정대로 취임식이 열리지 못할 경우 전국가적인 시민 파업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루머의 배후에 베네수엘라 혁명을 파괴하려는 외신과 야당이 있다며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 쿠바 저널리스트인 로사 미리암 엘리살데도 “이것은 정보 전쟁이다. 베네수엘라 혁명 과정에서도 이런 오염된 정보전을 목격해왔다. 소셜네트워크는 이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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