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성폭행 당해 숨진 여대생, 하루 2시간 자며…

등록 2013-01-09 20:22수정 2013-01-10 14:07

집단 성폭행 당한뒤 숨진 인도 여대생WSJ, 가족 인터뷰 피해자 삶 재구성
23살 비티야, 하루 2시간 자며 꿈 키워왔는데…
키 160㎝에 몸무게 40㎏이었던 가녀린 몸. 그러나 2시간만 자면서 ‘주독야경’으로 물리치료사의 꿈을 키워왔던 강인한 정신력. 가족들이 부르던 애칭은 ‘비티야’(딸). 지난달 인도 뉴델리의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23살 여성의 삶이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 신분상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 인도 젊은이들의 표본과도 같았던 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도 더욱 커지고 있다.

강인한 정신력 지닌 똑똑한 젊은이
공항노동자 아버지 어려운 살림에
새벽 4시까지 학비마련 알바하며
키워왔던 물리치료사 희망 물거품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8일 비티야의 가족과 친구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그의 삶을 재구성했다. 성폭행 피해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한 인도법에 따라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 법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가족과 여권단체는 실명을 딴 성폭력 방지 법안으로 그의 삶을 기리고자 하지만, 법은 완고하다.

비티야의 부모는 인도 북부 출신이었으나, 30년 전 “더 나은 삶을 위해” 델리로 왔다. 아버지는 기계공장 정비공 등을 전전하다 3년 전 공항 짐꾼으로 자리잡았다. 한달에 7000루피(13만5310원)를 벌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비티야는 결국 학비가 싸고, 4년 반 과정만 이수하면 월급 3만루피가 보장되는 물리치료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가족 최초의 ‘전문직’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2008년 11월 물리치료학 과정에 등록했는데 여전히 돈이 문제였다. 그는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듣고,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는 일했다. 캐나다에서 걸려오는 대출 상담 전화를 받는 아웃소싱 콜센터 회사의 직원이었다. 과외도 했다. 룸메이트는 “밤에 2시간밖에 자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학교 친구는 “과에서 가장 똑똑한 학생이었다”며 고난이 꺾지 못한 재능을 증언했다.

처음 학교에 입학했을 때, 비티야는 “전통의상을 입은 내성적이고 순종적인 여성”이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개방적으로 변했다. 댄스 발표회에서 안무와 사회를 맡았고, 거주지도 기숙사에서 아파트로 옮겼다. 삼성 스마트폰과 아우디 자동차를 갖고 싶어했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고 미국 작가 시드니 셸던의 팬이었으며, 외국에서 일하길 원했다. 그러나 좋아하는 책 목록엔 콜센터 직원을 다룬 인도 베스트셀러 <원 나이트@콜센터>도 있었다.

‘더 나은 삶’을 향한 그의 여정은 지난 12월16일 짓밟혔다. 비티야는 오랜 친구인 28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남성과 함께 뉴델리 젊은이들이 자주 찾는 한 트렌드몰에서 영화를 봤다. 그러나 집으로 가려고 올라탄 버스 안에서 6명의 남성에게 잔인하게 집단 성폭행당했고, 2주 뒤 세상을 등졌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8일 피고인 6명 중 3명이 무죄를 주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3명의 변호를 맡은 마노하르 랄 샤르마는 “피고인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 경찰의 증거를 문제 삼겠다”고 말했다. 비티야 사건으로 향한 전세계의 분노와 관심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원칙’ 강조해온 박근혜, ‘MB 임기말 사면’에 침묵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직접 ‘농약 고추’ 수입
72살 애순씨 “남자 너무 밝히면 독신으로 살지 마”
[사설] 말의 죽음, 시인의 죽음
20일간 홀로 방치된 주검 옆에 TV만 요란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