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51)
‘아버지의 광기는 연기가 아닌 현실이었다.’
1991년 사망한 독일의 전설적인 배우 클라우스 킨스키의 큰딸이 아버지에게 14년간 성폭행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복자매이자 영화 <테스>로 유명한 여배우 나스타샤 킨스키(51)는 언니의 용기에 지지를 보냈다.
클라우스의 큰딸 폴라 킨스키(60)는 9일(현지시각) 독일 주간지 <슈테른> 인터뷰에서 “아버지에게 5살부터 19살까지 성적학대를 받았다. 그는 모든 것을 무시했다. 내가 싫다고 저항할 때도 그는 게의치 않았다. 간단하게 그가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밝혔다. 드라마와 연극 배우이기도 한 폴라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서전 <아이의 입>을 곧 출간할 예정인데, “나를 믿는 말든, 이것은 나에게 일어난 일이다. 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클라우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심장마비로 65년 생을 마감하기 몇해 전 발간한 자서전에서도 이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단초’가 남아있다. 그는 <내게 필요한 건 사랑 뿐>에서 게걸스러운 성욕과 정신건강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고백했다.
폴라가 40년 넘게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놓은 것은 아버지를 영웅처럼 떠받드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너의 아버지는 놀라워, 천재야, 그의 팬이야’라고 우상화하는 말을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아버지가 숨진 뒤 그런 현상이 더 심해져 과거를 털어놓기로 했다”며 고통스러운 기억을 꺼내놓는 이유를 설명했다.
클라우스는 생전에 열정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로 유명했다. 스크린에서 카리스마적인 영웅과 폭군 사이를 오갔으며, 기자들에게도 인터뷰하기 가장 까다로운 인물로 악명 높았다. 광기어린 아버지의 연기는 큰 딸에게 그대로 현실이 됐다. 폴라는 클라우스와 가수였던 첫번째 아내 사이에 태어난 딸로, 부모가 이혼한 뒤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짐승의 시간’은 영화촬영을 위해 아버지와 둘이 유럽을 여행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그는 “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협박했다. 나는 어린시절을 온통 아버지의 이런 ‘분출’에 대한 공포로 보냈다. 나는 아버지를 결코 배우로 볼 수 없었다. 그를 영화에서 볼 때마다, 나는 항상 그가 집에서와 똑같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폴라는 아버지의 그런 행동이 가족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을 거라고도 주장했다. “사실 그는 모든 사람을 학대했다. 결코 다른 인간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복 언니의 폭로가 일파만파 확산되자, 나스타샤 킨스키도 11일 독일 <빌트>지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나스타샤는 언니의 폭로에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언니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나스타샤는 “언니는 주인공이다. 언니는 자신의 마음과 영혼, 미래를 비밀의 무게에서 해방시켰다”고 높이 평가했다.
클라우스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연극과 영화 배우로 활동했고, 1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하면서 독일과 전후 유럽 영화의 전설로 남아있다.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황야의 무법자>에서 악당 역할을 맡아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특히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노스페라투> <아귀레: 신의 분노> <피츠카랄도> 같은 영화를 통해 추앙을 받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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