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 특파원
현장에서
지난 7일 오후 1시께(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이스트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는 국방장관,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그 자리를 대신할 후보, 척 헤이글과 존 브레넌을 좌우에 세웠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 등 미국의 당면 과제들을 제시하면서 “우리 시대의 도전들에 맞서기 위해 나는 두명의 핵심 안보팀 멤버를 선택해 발표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운을 뗐다.
새 안보팀 인선 발표는 30분 가까이 계속됐다. 오바마는 퇴임자들의 공적을 치하한 뒤, 새로 지명할 후보들에 대해 각각 5분 안팎의 시간을 할애해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후보자의 개인사와 업적, 역량은 물론 자신과 얽힌 에피소드까지 유머를 섞어가며 자세하게 소개했다.
오바마는 헤이글이 베트남전 당시 장갑차를 타고 가던 동생이 지뢰 폭발로 피를 흘리며 빠져나오지 못하자, 폭발 위험을 무릅쓰고 장갑차에 들어가 그를 구해낸 얘기부터 꺼냈다. “헤이글은 전쟁이 추상적인 게 아니라는 걸 안다. 그것은 젊은이들이 진흙탕 속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이며, 그래서 그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만 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병장 헤이글이 그의 동생을 위해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장관 헤이글이 여러분을 위해 있을 것이다.” 미국 역사상 최장 기간의 전쟁인 아프간전에 염증을 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헤이글을 국방장관으로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 것이다. 또 헤이글이 기업인 출신으로 예산의 중요성을 잘 알며, 공화당 출신이지만 초당파적 태도를 취해왔다는 등 몇가지 이유도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미 한달 전 헤이글 국방장관 카드를 언론에 흘려 여론 검증을 거친 뒤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나흘 뒤인 11일에도 오바마는 퇴임하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제이컵 루 지명자와 함께 나타나 10여분간 기자회견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위원 발표 당시의 ‘깜깜이 인사’ 행태와는 대조적 모습이다. 윤창중 대변인은 ‘밀봉’ 봉투를 꺼내들며 자랑스레 “(명단을) 처음 본다”고 말했고, 김용준 위원장은 봉투 속에서 꺼낸 명단을 읽기만 한 채 질의응답도 없이 퇴장해버렸다. 국민들은 국정의 방향을 결정하고 이를 실행할 책임을 지는 인사들이 어떤 인물인지, 그리고 대통령은 이들을 왜 선택했는지 궁금해한다. 장관급 인선 때는 달라진 모습을 보고 싶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장정일 “김지하, 왜 거짓말 밥 먹듯 할까?” 비판
■ 어버이연합 패러디 ‘대자연’ 총재는 누구?
■ 호랑이 없는 산골의 왕은, 자그마한 ‘담비’
■ 고 노무현 전대통령 비하한 게임 ‘바운지볼’ 논란
■ “징계 풀리면 중국 잡아보는 것이 목표”
■ 장정일 “김지하, 왜 거짓말 밥 먹듯 할까?” 비판
■ 어버이연합 패러디 ‘대자연’ 총재는 누구?
■ 호랑이 없는 산골의 왕은, 자그마한 ‘담비’
■ 고 노무현 전대통령 비하한 게임 ‘바운지볼’ 논란
■ “징계 풀리면 중국 잡아보는 것이 목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