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재무장관 회의서 도입 승인
금융회사 역외지점도 세금 내야
‘금융허브국’ 영국은 끝내 빠져
금융회사 역외지점도 세금 내야
‘금융허브국’ 영국은 끝내 빠져
유럽연합(EU)이 유로존 11개국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승인했다. 이른바 ‘토빈세’ 논의가 시작된 지 40여년 만에, 금융위기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이 앞장서 투기자본을 규제하고 금융위기 제공자인 금융권에 위험 부담을 지울 수 있는 터를 닦았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은 22일 유럽연합 재무장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로존 11개국의 금융거래세 도입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0월초 11개국이 합의한 내용을 절차적으로 확정한 것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유로존 4대 경제대국 이외에 오스트리아, 벨기에, 에스토니아, 그리스,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가 도입을 확정했다. 유럽연합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국가들이다. 알기르다스 세메타 유럽연합 조세 집행위원은 “회원국 만장일치를 이루진 못했지만, 더 야심찬 회원국들이 조세 문제에 있어서 진일보할 수 있는 길을 닦았다. 유럽연합의 조세정책에서 기념비적인 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브뤼셀 플랜’으로 불리는 금융거래세 방안은 지난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전체 회원국 17개국을 대상으로 시행하려다 실패한 청사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조만간 세부 법안을 내놓을 예정인데, 주식과 채권 거래에 0.1%, 파생상품에는 0.01%의 세율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거래세가 도입되면 11개국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의 역외 지점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 역외에 본사를 둔 금융사는 원칙적으로 세금부과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역외 금융사들도 11개국 고객과 거래할 경우 어느 쪽에서 세금을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별도의 합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거둔 세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의견이 나뉘지만, 법률 도입 취지에 맞게 유로존 은행 지원 기금 등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 세부 협상에는 몇개월에서 몇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르면 내년께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탈퇴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글로벌 금융 허브’ 영국은 이번에도 빠졌다. 자체적으로 금융거래에 대해 이미 0.5%의 인지세를 부과하고 있고, 미국과 아시아 등 전세계적으로 동시에 도입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비과세 지역으로 옮겨갈 것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특히, 통화 거래가 많은 영국은 세금부과 대상에 통화 거래가 포함되지 않도록 압력을 넣을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내다봤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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