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히틀러 80년…끊임없는 과거사 반성
“독재자 사회다양성 말살 고작 6개월”
전범조사단, 프 최악 학살현장 방문
증거 발견되자 60년만에 재조사도
“독재자 사회다양성 말살 고작 6개월”
전범조사단, 프 최악 학살현장 방문
증거 발견되자 60년만에 재조사도
“인권은 스스로 주장하지 못하고, 자유는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며, 민주주의는 스스로 성공하지 못한다.”
1933년 1월30일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총리에 오른 지 꼭 80년이 흐른 30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나치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끊임없는 자성과 노력을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가 독일의 “영원한 책임”을 언급한 지 나흘만이다. 메르켈 총리의 이 발언은 히틀러 총리 취임 80주년을 맞는 독일인들의 각오를 반영한다.
메르켈 총리는 ‘베를린 1933. 독재국가로 가는 길’ 개막 행사에서 “독재자가 독일사회의 다양성을 모두 쓸어버리는 데 고작 6개월이 걸렸다”고 상기시켰다. 또 “나치의 부상은 함께 한 독일 엘리트들과 이를 묵인한 사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사실은 우리에게 영원히 경고가 돼야 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극우주의가 기승하고 있는 독일 현실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기도 했다.
전시물들도 나치를 가능케 한 지지와 침묵의 역사를 증언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을 보면, 1933년 1월31일 나치 선동가 요제프 괴벨스의 일기는 히틀러의 총리 취임을 ‘동화’라고 표현했다. “때가 됐다. 히틀러는 독일제국의 총리다. 동화처럼.” 그러나 동화는 전세계의 ‘악몽’이 됐다.
악몽을 청산하고 역사를 바로세우려는 독일의 노력은 말로 끝나지 않았다. 독일 나치 전범 조사국 안드레아스 브렌델 검사가 이끄는 조사단은 29일 ‘최악의 전쟁범죄 현장’으로 보존돼 있는 프랑스 중부 오라두르 쉬르 글란 마을을 찾았다. 1944년 6월10일 나치 무장친위대(SS troop)가 642명을 몰살한 현장에서 새로운 전범재판을 위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나흘째였던 이날, 오라두르 마을은 완전히 파괴됐다. 프랑스 저항군에 납치된 독일 당국자를 찾기 위한 보복 작전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나치 친위대는 여성과 어린이 452명을 교회에 가두고 독가스를 살포한 뒤 불을 질렀다. 남성들은 헛간에 가두고 기관총으로 다리를 쏴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었으며,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였다. 살아남은 주민은 6명뿐이었다.
용의자 60여명은 1950년대 프랑스에서 재판을 받았고 20여명만 유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다 2010년 옛 동독 비밀경찰 슈타지의 문서 속에서 용의자 6명의 혐의가 발견되면서 조사가 재개됐다. 옛 동독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첫 재판 당시 10대 후반이었던 이들을 프랑스에 넘겨주지 않았다. 브란델 검사는 올해 안에 독일에서 80대 후반이 된 용의자들을 상대로 재판이 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생존자 로베르 에브라는 “나처럼 늙은 사람들은 기억을 잃었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이 오라두르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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