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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반쪽 총선 강행땐 ‘내분의 상징’ 예고

등록 2005-01-23 19:45수정 2005-01-23 19:45

 지난 1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가에서 한 남성이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에 후보를 낸 각 정치세력의 선거벽보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지난 17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중심가에서 한 남성이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에 후보를 낸 각 정치세력의 선거벽보들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바그다드/AFP 연합


오는 30일 치러질 이라크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앞두고 전세계의 눈과 귀가 다시 이라크로 쏠리고 있다. 이번 선거는 향후 이라크 정국의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뿐 아니라 미국의 대이라크 정책 및 현지 파병 미군과 한국 자이툰 부대 등 외국군의 앞날에도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이라크 총선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3차례로 나눠 살펴본다.

[총선 갈등고조] 갈림길 선 이라크

1. 내전으로 가는 지름길?
2. 끈질긴 선거 연기론
3. 미국은 명예롭게 물러날까

‘안전지대’가 사라진 이라크에서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라크 총선이 실시될 30일은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에 분수령이 됐던 북베트남의 구정 대공세가 일어난 지 딱 37주년이 되는 날이라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날로 거세지고 있는 저항세력의 공격 속에 실시될 이번 선거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정책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19일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와 나자프에서 대규모 차량폭탄 공격으로 60여명이 목숨을 잃은 이래 시아파 성직자들이 잇따라 암살되는 등 시아파들을 겨냥하며 종파 갈등을 유도하는 공격들이 계속돼 왔다. 후보 암살 우려가 커지면서 유력 후보 일부를 제외하고는 후보명단에 누가 올라있는지조차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제선거감시인단’은 이라크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요르단 암만에서 선거감시 활동을 할 예정이다.

이번 선거가 ‘이라크 민주주의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선전해온 미국 행정부 관리들조차 이제는 총선 이후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고 종파간 갈등이 심해질 것이라고 인정한다. 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와 쿠르드족(20%)은 선거를 간절히 고대하고 있지만, 나머지 20%의 수니파는 선거 실시에 강하게 반발하며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이라크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 시스타니가 후원하고 시아파 양대 정당인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와 이슬람다와당이 주축이 된 통일이라크연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니파는 오스만제국부터 후세인 통치시기까지 수백년 동안 장악했던 권력을 시아파에 내줘야 할 상황에 분노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미국의 침공을 지지했던 쿠르드족 역시 총선이 자치권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수니파가 불참하는 반쪽짜리 총선이 강행된다면 선거의 합법성이 훼손되고, 수니·시아·쿠르드 갈등이 고조되면서 최악의 경우 내전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당선될 275명 제헌의원들의 주요 임무는 올해 8월15일까지 헌법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 18일치 기고문에서 이라크 헌법의 최대쟁점은 원유 수입 관할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부의 석유를 시아파들이 장악하고 쿠르드족이 북부의 주요 유전도시인 키르쿠크와 모술의 관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수니파들은 헌법 제정과정에서 권력과 원유수입, 토지를 모두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껴 더욱 반발하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미국은 수니파의 반발을 달래기 위해 총선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제헌의회내에 별도의 수니파 의석을 할당해주거나 헌법 제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는 방안을 시아파, 쿠르드 지도자들과 협상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랜트 스코크로프트는 “이라크에서 이미 내전의 초기단계가 시작됐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이달 초 워싱턴의 뉴아메리카재단 모임에서 “초기에 이라크 저항세력은 후세인 충성파 위주였지만 이제는 광범위한 수니파 저항으로 번졌다”며 선거 뒤 수니파들이 내전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전했다.

마크 레빈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도 이달 초 <포린 폴리시 포커스> 기고문에서 “이라크의 복잡한 종파·민족적 역학 때문에 이번 총선은 심각하게 분열된 의회를 만들어낼 뿐이며, 14년 동안 내전을 겪었던 ‘레바논 시나리오’로 나아가기 쉽다”고 지적했다.

<인디펜던트>의 중동전문기자 로버트 피스크는 선거 이후 분열이 확대되고 내전 위기가 심해지겠지만, 실제 전쟁은 수니 저항세력과 미군 사이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수니파 저항을 제압하면서 시아파와 계속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를 기대하겠지만 시아파 정권이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라크 시아파 지도부와 시아파 국가 이란의 오랜 관계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람들은 힐라, 나시리야 등 이라크 시아파 도시를 실제로 다스리는 것은 이란이라고 말한다”는 한 이라크 성직자의 발언을 전하면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집권 뒤 이라크에 이란식 신정국가가 들어서고 중동의 정치지형도가 급변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19일 보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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