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3차 핵실험 이후
′대북 규탄문구′합의 난관
′대북 규탄문구′합의 난관
미국과 중국이 북한 3차 핵실험 직후 소집된 12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규탄 성명에 들어갈 문구를 두고 이번에도 격돌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두 나라가 대북 추가 제재를 둘러싸고 합의점을 찾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라이스 “신속하고 강한 대응”
왕민 “대화통한 문제 해결”
‘유엔헌장 7장’ 원용도 충돌
결국 ‘위협’ 표현만 살려 타협 13일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와 외교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의 유엔대사인 수전 라이스는 회의 초반에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막기 위해서 안보리 결의를 통한 “신속하고, 믿을만하며, 강한 대응”을 내놓자고 제안했다. 규탄 성명 초안에는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평화와 안보의 명백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한 결의”가 돼야 한다는 부분이 들어 있었다. 유엔헌장 7장은 경제제재 등 비무력적 강제조처(41조)는 물론 무력적 강제조처(42조)까지 가능하게 하는 국제법적 근거가 되는 조항이다. 중국의 리바오둥 유엔대사 대신 참석한 왕민 차석대사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왕 차석대사는 첫머리에서 “북한의 행동에 확고하게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지역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이는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을 두둔할 때 써온 논리다.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면, 이후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라이스 대사가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하면서 발표했던 성명서 일부를 낭독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미국을 겨냥해서 한다고 한 점을 거론하며, 그래도 국제평화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결국 두 나라는 초안에서 “국제평화와 안보의 명백한 위협”이라는 표현은 남겨두고, 유엔헌장 7장을 언급하는 대목은 삭제하는 선에서 타협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열린 회의에서도 격돌한 바 있다. 라이스 대사가 북한의 행위는 지역 안정을 해치는 도발이라고 주장하자, 리바오둥 대사가 지역 안정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라이스 대사가 “말도 안 되는 소리”(ridiculous)라고 반발했고, 리 대사가 말조심하라고 따끔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결의 2087호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오긴 했지만 예상보다 제재 수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중국이 이런 제재 내용에 합의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바 있다. 중국이 이런 사정을 고려해 조만간 채택될 결의문에서는 좀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가디언>에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못할 것이며, 새로운 제재 결의안에 찬성하겠지만 미국이 원하는 것만큼 강한 내용은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은 이번 결의에 유엔헌장 7장이 언급되도록 주장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전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독자적 대북 금융제재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5년 북한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해, 유사한 금융제재를 추진하자는 뜻을 전했다. 유엔본부(뉴욕)·베이징/박현 박민희 특파원 hyun21@hani.co.kr
왕민 “대화통한 문제 해결”
‘유엔헌장 7장’ 원용도 충돌
결국 ‘위협’ 표현만 살려 타협 13일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와 외교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국의 유엔대사인 수전 라이스는 회의 초반에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진전을 막기 위해서 안보리 결의를 통한 “신속하고, 믿을만하며, 강한 대응”을 내놓자고 제안했다. 규탄 성명 초안에는 북한의 핵실험을 “국제평화와 안보의 명백한 위협”이라고 규정하고, “유엔헌장 7장에 기초한 결의”가 돼야 한다는 부분이 들어 있었다. 유엔헌장 7장은 경제제재 등 비무력적 강제조처(41조)는 물론 무력적 강제조처(42조)까지 가능하게 하는 국제법적 근거가 되는 조항이다. 중국의 리바오둥 유엔대사 대신 참석한 왕민 차석대사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왕 차석대사는 첫머리에서 “북한의 행동에 확고하게 반대한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지역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이는 중국이 유엔에서 북한을 두둔할 때 써온 논리다. 평화와 안정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를 받아들이면, 이후 강한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라이스 대사가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하면서 발표했던 성명서 일부를 낭독했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미국을 겨냥해서 한다고 한 점을 거론하며, 그래도 국제평화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느냐고 따졌다고 한다. 결국 두 나라는 초안에서 “국제평화와 안보의 명백한 위협”이라는 표현은 남겨두고, 유엔헌장 7장을 언급하는 대목은 삭제하는 선에서 타협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열린 회의에서도 격돌한 바 있다. 라이스 대사가 북한의 행위는 지역 안정을 해치는 도발이라고 주장하자, 리바오둥 대사가 지역 안정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에 라이스 대사가 “말도 안 되는 소리”(ridiculous)라고 반발했고, 리 대사가 말조심하라고 따끔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결의 2087호는 이런 우여곡절 끝에 나오긴 했지만 예상보다 제재 수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중국이 이런 제재 내용에 합의해준 것에 대해 매우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선 바 있다. 중국이 이런 사정을 고려해 조만간 채택될 결의문에서는 좀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스인훙 인민대 교수는 <가디언>에 “중국은 북한을 버리지 못할 것이며, 새로운 제재 결의안에 찬성하겠지만 미국이 원하는 것만큼 강한 내용은 아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을 비롯해 한국과 미국은 이번 결의에 유엔헌장 7장이 언급되도록 주장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4일 전했다. 특히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4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이 독자적 대북 금융제재를 추진하자고 제안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5년 북한의 비자금 창구로 알려진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에 대한 미국의 금융제재가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해, 유사한 금융제재를 추진하자는 뜻을 전했다. 유엔본부(뉴욕)·베이징/박현 박민희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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