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저용 가축으로 ‘친구’ 관념 커
먹거리 대한 보수적 태도도 영향
먹거리 대한 보수적 태도도 영향
‘말고기 파동’이 유럽연합(EU) 전 지역으로 확산된 가운데, 유독 영국이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졌다. 프랑스와 벨기에 등 유럽 각국에서도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고는 있지만, 이미 쇠고기 대체재로 값싼 말고기를 먹고 있기 때문에 영국의 ‘호들갑’은 좀 신기하다는 반응이다.
프랑스 주간 <르포앵>은 최근 “영국인들에게 말고기를 주는 것은 인도인에게 쇠고기를 주거나 무슬림과 유대인에게 돼지고기를 주는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또 무가지 <메트로>는 “영국에서 말고기는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는 루마니아 갱단에게나 줄 음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유럽에서는 특히 전쟁과 기근이 있을 때, 저지방에 고철분·고단백 먹거리로 말고기가 애용돼 왔으며, 맛도 쇠고기 살코기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연간 3만t의 말고기가 식용으로 유통되는 프랑스에서는 ‘못먹을 게 섞인 것도 아니고…’라는 반응이 많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영국에서는 왜 말고기가 터부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영국의 말고기 혐오증의 역사와 문화를 분석했다. 유럽대륙에서 말이 노동력으로 간주될 때, 영국에서는 일찌감치 말을 경마와 사냥 등 레저용 가축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말과 불가분의 관계인 ‘기사도’ 역시 말에 대한 유별난 애착의 밑바탕이 됐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는 ‘말은 귀족적 동물이며, 인류의 친구’라는 관념이 강하다. 말고기를 먹는 것은 친구를 먹는 것과 같다.
<프랑스 24> 방송 기자인 소피 필그림은 13일 블로그를 통해 먹거리에 보수적인 영국인들의 ‘태도’에서 말고기 혐오증의 원인을 찾기도 했다. 그는 “영국 사교모임 식단에서는 개구리 다리, 닭다리, 달팽이, 양곱창, 간, 육회를 배제한다. 영국인들은 동물의 일부분이 드러나는 고기를 안 먹는다”며 이런 보수성이 말고기에도 적용됐다고 해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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