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후 “재택금지”로 논쟁 재점화
구글 “함께 근무 마법같은 효과”
일부 “시대 뒤처진 퇴행적 조처”
‘노동자 교섭권 약화 탓’ 분석도
구글 “함께 근무 마법같은 효과”
일부 “시대 뒤처진 퇴행적 조처”
‘노동자 교섭권 약화 탓’ 분석도
1962년 영국의 여성 사업가 데임 스테파니 셜리(80)는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도입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했던 셜리는 결혼한 여성들이 육아에 묶여 일할 수 없는 것을 안타까워했고 이를 해결하고자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무실 결근은 휴무’라는 개념만 있던 시절 이는 매우 낯선 일이었으나 사람들은 재택근무가 앞으로 출현할 새로운 사회의 전주곡이라고 여겼다. 학자들은 재택근무가 일반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도시계획가들은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사회에선 어떤 도시설계가 필요한지 고민했다.
하지만 셜리의 실험으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사회는 사람들 생각처럼 그렇게 빨리 변하지는 않았다. 재택근무가 사무실근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어느 쪽이 과연 더 효율적인 일터인지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논쟁은 미 인터넷기업인 야후의 새 최고경영자(CEO) 마리사 메이어(37)로 인해 가열되고 있다. 지난해 구글에서 스카우트된 메이어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집에서 일하다보면 일하는 속도와 품질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종종 좋은 결정들은 차를 마시며 나누는 토론, 사람들과의 만남, 즉석 팀 미팅에서 나온다”며 6월부터 재택근무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27일 야후의 이런 결정은 회사 내에서도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을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버진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카리브해 휴양지에서 일하기를 즐기는 영국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은 “원격근무가 훨씬 더 효율적이고 수월해진 지금 시대에 안 맞는 퇴행적 조처”라고 말했다. 미 텍사스대의 제니퍼 글래스 교수는 “어리둥절하다. 야후는 첨단업종이 아닌 것 같다. 재택근무 금지가 혁신을 일으킬 것이라니 기괴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경영자들은 직원들이 일하는 것이 눈에 보이면 더 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노동자들을 통제하기 원하는 고용주의 본성”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구글의 최고재무책임자인 패트릭 피셰트는 “재택근무자의 수는 적을수록 좋다. 동료들과 함께 밥 먹고 시간을 보내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은 마법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메이어에 동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높은 실업률로 인한 노동자 교섭권의 약화가 야후의 재택근무금지 조처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악화로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고용주들이 직원들에게 예전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게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더욱이 첨단과학기술의 발달은 경영자들이 원한다면 노동자들이 언제 어디서 뭘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기 때문에 고용주의 통제권은 예전보다 더 강화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기가 저하된 회사에서 직원들이 게을리 일하는 것보다는 성공적인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게 훨씬 낫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과 기술의 발달로 경영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더 강한 권력을 쥐게 됐으며 어떤 이들은 권한을 남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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