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성직자들 폭로뒤 지난달 사임
혐의 발뺌만 하던 전례 변화 조짐
혐의 발뺌만 하던 전례 변화 조짐
“나의 성적 행동이 성직자와 주교, 추기경으로서 기대 이하로 떨어진 때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사임한 키스 오브라이언(75·사진) 스코틀랜드 전 추기경이 3일 성추문 혐의를 인정했다. 영국 가톨릭 최고위 성직자였던 그가 스캔들이 폭로된 지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사임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솔직하게 혐의를 인정하면서 가톨릭계의 ‘성추문 함구’ 관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오브라이언 전 추기경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지난주 사임 때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혐의를 인정하고 사죄했다. 당시 그는 “어떤 잘못에 대해서든 피해를 입힌 모든 사람들에게 사과한다”고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반면 “성적 행동이 기대 이하로 떨어졌다”고 이번에 밝힌 것은, 독신·금욕을 강조하고 동성애를 금지한 교회법을 어긴 점을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현직 성직자 4명은 최근 영국 <업저버>를 통해 1980년대 오브라이언한테서 부적절한 성적 접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2월 영국 주재 바티칸 대사에게 같은 내용의 서한도 보냈다.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피해를 입힌 사람들과 교회, 스코틀랜드 시민들에게도 용서를 구했다. 또한 “나는 스코틀랜드 가톨릭교회에서 더 이상 공적인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평범한 신도로 남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주간 <가톨릭신문> 에디터인 캐서린 페핀스터는 오브라이언의 사임 배경에 최근 퇴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오브라이언이 성추문 폭로 직전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서 성직자의 결혼과 자녀 출산을 허용해야 한다며 ‘교리’에 도전한 것이 정통파인 교황과 측근들을 진노하게 했다는 지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그의 전례 없이 빠르고 솔직한 사태 수습을 높이 평가했다. 신문은 그동안 각종 추문에 대해 “근거 없고 구체적이지 않은 익명의 제보”라는 이유로 혐의를 발뺌해 온 다른 스코틀랜드의 고위 성직자들과 교회가 변화의 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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