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비상임이사 40% 강제’
영국·네덜란드 등 9개국 반발 커
독일마저 “개별 국가 문제” 반대
제재안도 대폭완화 ‘누더기’ 신세
영국·네덜란드 등 9개국 반발 커
독일마저 “개별 국가 문제” 반대
제재안도 대폭완화 ‘누더기’ 신세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코앞에 두고 여성 최고지도자의 나라 독일에서 유럽연합(EU)의 대표적인 여성 정책에 반기를 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빚어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역내 상장기업의 여성 비상임이사 비율을 강제하는 계획을 채택했는데, 독일은 이를 막기 위해 로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6일 “유럽연합은 개별 국가의 문제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독일은 그런 지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며, 적극적으로 대항할 것이다”라는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의 발언을 보도했다. 여성 이사 할당제가 시행되기 위해서는 회원국 동의와 유럽의회 승인 절차가 남았는데, 이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독일 녹색당 정치인인 위르겐 트리틴은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산업연맹(BDI)에 선물을 안겼다”며 메르켈 총리가 대기업을 위해 여성정책을 포기했다고 비아냥댔다. 야당은 물론 독일 정부 안에서도 이번 결정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데페아>(dpa) 통신은 “우르슐라 폰데어 라이엔 노동장관은 원래 여성 이사 할당제에 찬성했으나, 결국 지지를 포기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는 지난해 11월 역내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상임이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채우도록 하는 계획을 채택했다. 직원수가 250명 이상이거나 연매출이 5000만유로(약 706억원) 이상인 5000여개 기업은 2020년까지 이 비율을 충족시켜야 한다. 2003년 할당제를 도입한 노르웨이가 6%였던 여성 이사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린 게 자극이 됐다. 프랑스도 2011년 할당제 도입 뒤 여성 이사 비율이 1년 만에 10%포인트 상승한 22%를 기록했다.
하지만 유럽에 있는 대형 상장기업의 여성 이사 비율은 2012년 1월 기준 평균 13.7%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 이미 자체 입법을 통해 할당제를 도입한 국가들은 찬성했지만, 영국과 네덜란드 등 여성 이사 비율이 낮은 9개 국가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셌다. 집행위의 남녀차별 개선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경제위기 속에서 당장 할당량을 지키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였다. 또 유럽연합이 회원국 기업의 일에 간섭하는 것은 “기업활동과 주주의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이라는 반론도 많았다. 독일은 당시 입장 표명을 유보했었다.
집행위는 결국 애초 상임이사의 비율을 강제했던 것을 비상임이사로 수정했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벌금을 부과하고 정부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했던 제재안도 대폭 완화했다. 이에 따라, 할당량을 못채운 기업은 새로 이사를 뽑을 때 능력이 같을 경우 여성을 우대해야 하며 이를 어겼을 때만 제재를 받게 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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