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콘클라베 시작
1179년 이래 800년 넘게 교황을 선출해 온 추기경단 비밀회의 ‘콘클라베’가 12일 시작된다. 역대 265명의 교황 가운데 210명을 배출한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신흥 가톨릭 대륙인 남미·아프리카 나라들도 자국 추기경의 선출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새 교황의 윤곽은 좀처럼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미국 가톨릭 전문지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특히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유력한 선두주자가 없는 것은 놀랍다”며 콘클라베의 전망이 이례적으로 불투명한 이유를 분석했다.
이번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80살 이하 추기경은 모두 115명이다. 이 가운데 5분의 1이 넘는 24명은 지난해 임명됐다. 추기경들은 6개 대륙 48개국에 흩어져 활동해온 탓에 지금 서로의 경력과 얼굴을 익히는 것도 힘겨워하고 있다.
교황청 최고 행정기구인 쿠리아와 가톨릭의 ‘메이저 리그’인 이탈리아 추기경들의 분열도 선두주자 예측을 가로막는 변수다. 2005년 당시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은 쿠리아의 지지를 받았고 일찌감치 부각돼 베네딕토 16세가 됐다. 쿠리아는 교황청 국무원장인 타르치시오 베르토네(79) 추기경을 중심으로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나뉘어 있는데, 반대세력은 베르토네 추기경에 맞설 단일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이피>(AP) 통신은 10일 “쿠리아가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64) 상파울루 대주교를 밀고 있다. 미국 추기경들이 선호하는 안젤로 스콜라(72) 밀라노 대주교와 경쟁구도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콘클라베의 구성이 ‘B급’이라 선뜻 표를 줄 만한 후보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보수적인 성향이 문제로 지적됐으나, 교리와 품성 면에서 탁월한 ‘A급’ 후보로 평가됐다. 이와 관련해 두 명의 전임 교황이 추기경을 임명할 때 자질보다 충성도를 높이 산 후과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는 전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0세(1271~1276)를 뽑은 콘클라베는 무려 3년이 걸려 ‘최장 콘클라베’ 기록을 세웠다. 이후 콘클라베 때 추기경들을 ‘가두는’ 전통이 생겼다. 투표를 되도록 빨리 끝내려는 조처다. 근현대 시기엔 1831년 54일 만에 그레고리우스 16세를 뽑은 기록이 있다. 하지만 1903~2005년 9차례 콘클라베의 기간과 투표횟수를 보면 최장 5일, 최고 14차례 투표에 불과하다. 20세기 들어 콘클라베 기간이 짧아진 데에는 미디어가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 긴 투표 기간이 교황권 약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추기경들이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 때문에 첫날 투표 이후 ‘될 것 같은’ 후보 쪽으로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콘클라베가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는 전망도 많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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