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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구제금융 키프로스, 예금에 최대 9.9% 부담금

등록 2013-03-17 20:20수정 2013-03-17 22:24

유로존·IMF, 100억유로 지원 조건
예금 인출도 부담금 뺀 액수만 가능
러 ‘돈세탁’ 자금 우려 이례적 결정
국민·야당 “명백한 강도짓” 거센반발
일부 문 연 은행서 뱅크런 조짐도
“구제금융 대가로 모든 은행 예금에 대해 1회에 한해 최대 9.9% 부담금을 물리겠다.”

인구 110만명의 유로존 소국 키프로스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대가로 은행 예치금에 부담금을 물리기로 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18일 오후 4시부터 열리는 의회에서 부담금 부과 계획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2008년 유럽 금융위기 발생 이래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에서도 은행 예금만큼은 ‘성역’처럼 보호받은 탓에, 키프로스 국민들은 물론 전세계의 충격이 상당하다.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은 16일 키프로스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한테서 100억유로(약 14조47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키프로스 정부는 그 조건으로 10만유로(약 1억4500만원) 이상 예금에는 9.9%, 10만유로 미만 예금에는 6.75%의 부담금을 물리는 데 동의했다. 구제금융 대부분은 부실 은행 지원에 쓰일 예정이며, 예금자들은 부담금 액수만큼 은행 지분을 받게 된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고통스럽지만 통제된 위기관리 시나리오와 무질서한 파산 사이의 선택”이라며 구제금융을 못 받으면 가장 큰 은행 두 곳이 파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키프로스는 2009년엔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장기간의 고성장률, 낮은 실업률, 견실한 공공재정 국가”라는 평가를 받은 나라다. 하지만 키프로스 은행들이 국내총생산의 160%에 이르는 자금을 그리스에 투자한 게 화근이 돼, 결국 구제금융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로이터> 통신을 보면, 예금 부담금은 최대 60억유로 수준으로 전망된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은 애초 키프로스가 요청한 170억유로 중 100억유로만 지원하고 나머지는 이 부담금을 통해 해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이례적인 결정 배경엔 키프로스 전체 은행 예금 700억유로 가운데 200억유로 남짓인 러시아 자본에 대한 ‘의심’이 깔려 있다. 키프로스 은행엔 지난 몇년간 러시아 자금이 대거 유입됐는데, 유로존은 지하 자금의 돈세탁을 우려해왔다. 이번 조처가 실행될 경우 러시아 예금자들의 손실액은 15억유로로 추산된다. <뉴욕 타임스>는 특히 9월 총선을 앞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로존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러시아 마피아와 재벌의 배를 불리는 것을 우려해왔다고 지적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기대 수익과 리스크는 함께 가야만 한다. 그렇게 못한 게 2008년 이후 구제금융의 최대 실수였다”며 이번 결정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뒤통수를 맞은 키프로스 국민과 야당은 충격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한 예금자는 “내 허락도 없이 돈을 가져가고 망한 은행의 주식을 주겠다는 얘기냐”며 분노했다. 서평가인 일리아나 안드레아다키스는 “유럽연합이 키프로스의 신뢰도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키프로스 의회는 전체 의석 56석 가운데 집권당인 우파 민주전선이 20석을 차지하고 있다. 연정 민주당을 합쳐봐야 28석이라 구제금융안의 의회 통과에 필요한 과반을 확보하려면 노동당,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 야당의 협조가 필수다. 하지만 키프로스 녹색당은 “정부가 우리 머리에 총을 겨눴다”며 부담금 부과에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키프로스에서는 현금인출기 등을 통한 예금 인출이 가능하지만, 부담금을 뺀 나머지만 인출할 수 있다. 16일 유일하게 문을 연 협동조합은행 영업점은 고객들이 돈을 찾으러 몰려들어 뱅크런 조짐이 나타나자 문을 닫았다. 또 예금자 200여명은 정부청사 앞에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고, 한 예금자는 수도 니코시아의 협동조합은행 지점 앞에 불도저를 끌고 나와 항의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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