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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새 교황 “동성커플 지지, 결혼은 반대”

등록 2013-03-21 15:28수정 2013-03-21 16:23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3년전 ‘실질적 부부’ 인정 발언논란
아르헨티나 가톨릭교회 반발 일으켜
“덜 악한 것이라며 타협안 내놓은 것”
교황 프란치스코가 3년 전 ‘동성 결혼’은 반대하지만 ‘시민적 결합’(Civil Union)에는 찬성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새 교황이 앞으로 동성결혼 등 민감한 사회 이슈들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시민적 결합은 법으로는 동성간 결혼을 허용하지 않지만, 실질적으로는 부부로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

<뉴욕타임스>는 20일 교황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추기경이던 2010년 아르헨티나 의회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할 때 이에 반대하면서도 시민적 결합으로 타협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상원은 2010년 7월 동성결혼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 76%가 가톨릭 신자인 아르헨티나에서 이는 큰 사회적 문제가 됐고, 아르헨티나 가톨릭 교회도 강하게 반대했다. 수만명이 참가하는 거리시위가 이어졌다.

당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 추기경(현 교황 프란치스코)도 신자들에게 법안에 반대하는 거리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논의하려고 열린 주교들과의 회의에서는 ‘동성 결혼’에는 반대하지만 동성 커플의 ‘시민적 결합’은 지지한다는 매우 비정통적인 해결책을 내놓아 참석한 주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일부 주교들은 추기경의 견해에 동조했으나 다수는 이에 반대해 결국 추기경의 해법은 기각됐다.

추기경의 의중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당시 추기경은 솔직하게 이 문제를 두고 타협을 원했던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교황의 전기작가인 세르지오 루빈은 “추기경은 동성결혼 허용법의 통과를 앞두고 ‘그래도 덜 악한 것’이라며 시민적 결합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했다”며 “사회와 좀 더 대화를 하자는 쪽에 내기를 건 것”이라고 말했다.

동성애 권리를 주창하는 신학자인 마르첼로 마르케즈는 “동성결혼이 논란이 됐을 때 추기경에게 강경한 어조로 서한을 보냈는데 한시간도 안 돼 연락이 와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추기경은 동성애자들의 권한을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내 의견을 매우 존중하고 경청했다”고 말했다.

이런 타협적 면모는 전임자였던 교황 베네딕토 16세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교리의 순수성을 철저히 고수한 정통 보수파 교황이었다. 이에 반해 교황 프란치스코는 가톨릭 교리의 이상을 실제 삶의 현장에 접목하려노력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뉴욕타임스는 “교황이 핵심적인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교회의 정통적인 견해를 충실하게 따르지 않는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교회 수장으로 재임하며 교리와 반대되는 민감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반대편과 타협하려는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이 때문에 교황이 된 뒤에도 이념의 스펙트럼을 넘나드는 유연한 면모가 발휘되리라는 기대도 나온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교중앙사무국의 록사나 알피에리는 “그는 교회가 사람들을 비난하는 위치에 있길 원치 않았다. 약한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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