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압박에 ‘예금 과세’ 다시 만지작
‘최대 300억유로’ 러 투자금 위기 몰려
관련법 통과땐 러시아 보복 가능성
‘최대 300억유로’ 러 투자금 위기 몰려
관련법 통과땐 러시아 보복 가능성
유로존 소국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방안을 놓고 유럽과 러시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키프로스 의회가 유럽연합(EU)의 압박에 굴복해 은행예금 부과금 방안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투자자들의 손해가 불가피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러시아가 유럽에 ‘앙갚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4일 키프로스 의회가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키프로스(BOC)에 예치된 10만유로(약 1억4400만원) 이상 예금에 25%의 부과금을 물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과 <뉴욕 타임스>는 이 은행에 예치된 10만유로 이상 예금에 20%, 나머지 모든 은행에 예치된 10만유로 이상 예금에 4%의 부과금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적용 대상과 비율을 둘러싼 이견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키프로스 의회는 앞서 22일 밤 2대 은행인 라이키의 부실 자산을 ‘부실채권전담은행’(배드뱅크)으로 옮겨 청산하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해 35억유로를 마련하기로 했다. 국유재산을 활용한 긴급채권 발행과 뱅크런(은행 대량 인출)을 막는 은행 자본 통제 관련 법안들도 통과시켰다. ‘은행예금 부과금’ 문제 역시 25일까지는 매듭이 지어지리라는 전망이 많다. 58억유로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25일까지 찾지 못하면 긴급유동성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선언했기 때문이다.
예금 부과금 조처가 시행되면 러시아가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키프로스 은행에는 최소 200억유로에서 최대 300억유로로 추산되는 러시아 투자금이 예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연합이 러시아를 겨냥해 키프로스에 은행예금 부과금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올리 렌 유럽연합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도 23일 “키프로스 국민들은 유럽 가족이다. 유럽연합의 지원은 금융위기의 부작용에 가장 취약한 키프로스 국민들을 보호할 것”이라며 유럽의 ‘과녁’이 키프로스가 아님을 내비쳤다.
<가디언>은 23일 알렉산더 네크라소프 전 크레믈 고문의 말을 따서 “러시아는 현재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만일 예금 부과금이 결정되면 자국에 진출해 있는 독일 대기업들의 자산을 동결하거나 막대한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국적 금융서비스 회사 비지시(BGC)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인 마이크 인그램도 “러시아가 시리아 문제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등 국제사회에서 민감한 몇몇 외교 이슈를 덜컹거리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러시아가 과거에 몇차례 시도한 적이 있는 천연가스 수출 중단 등 ‘자원 무기화’ 카드는 꺼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네크라소프는 “러시아는 과거 사례를 통해, 같은 일이 반복되면 바이어들이 러시아 이외에 대안적인 가스 공급처를 찾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1974년 터키의 북부 키프로스 침공 이후 최악의 국가 위기에 직면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24일 유럽연합 관계자들과 담판을 지으려고 벨기에 브뤼셀로 향했다. 유럽연합도 키프로스와의 재협상에 집중하려고 25일로 예정된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선언을 무기한 연기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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