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프로스, 구제금융협상 극적 타결
디폴트·유로존퇴출 일단 진화
러시아 대규모 도피자금 철수조짐
연간 실질GDP 23% 감소 전망도
디폴트·유로존퇴출 일단 진화
러시아 대규모 도피자금 철수조짐
연간 실질GDP 23% 감소 전망도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조건을 둘러싼 협상이 25일 극적으로 타결됐다. 키프로스가 100억유로(14조4000억원)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게 돼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과 유로존 퇴출 위기는 일단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최대 은행 두 곳에 예치된 ‘10만유로 이상 예금’이 부과금 폭탄을 맞게 돼, ‘지중해 역외 조세도피처’였던 키프로스 경제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25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트로이카’와 협상안을 마련했고, 이어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도 이를 승인했다. 외신은 “키프로스 대통령이 ‘내가 하야하기를 바라느냐’고 트로이카를 압박했다”며 긴박했던 협상장 분위기를 전했다.
새 합의안에 따라, 키프로스의 모든 은행에 예치된 10만유로(1억4400만원) 미만 소액예금은 전액 보호받는다. 대신 1~2위 은행에 10만유로 이상을 넣어둔 예금주들의 손실은 초안의 9.9%보다 훨씬 더 커진다. 2위 은행인 라이키 은행을 배드뱅크와 굿뱅크로 분리한 뒤 굿뱅크 자산은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키프로스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10만유로가 넘는 예금에는 ‘헤어컷(손실)’을 적용하기로 했다. 뱅크오브키프로스에 예치된 10만유로 이상 예금도 자본확충 전까지 동결된다. 예금주들은 원금의 일정 비율도 잃게 된다. 손실 비율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으나, 유럽연합 관계자들은 “최대 40%”에 이르리라 전망하고 있다. 또 이 비율을 결정할 때 애초 구제금융안을 부결시킨 키프로스 의회 표결을 거치지 않도록 했다.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외환시장에서 유로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유가가 오르는 등 시장도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키프로스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키프로스를 지탱해온 경제모델이 설 자리를 잃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는 금융부문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7∼8배에 이를 만큼 비대하다. 고율의 이자와 돈세탁을 노린 러시아계 자금이 200억∼300억유로(추정치)나 들어와 있다. <비비시> 방송은 “독일이 최근 몇년간 키프로스에서 이자 수익을 거둬간 투자자에 대한 부과금을 압박했고, 키프로스 금융부문을 축소하기로 결단했다”고 전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유럽연합 평균에 맞춰 금융 규모를 줄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 때문에 올해 키프로스 국내총생산이 10% 줄고, 내년에도 8% 감소하리라 전망했다.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이 23% 줄어들 거란 전망도 있다.
수십억유로의 손실이 예상되는 러시아 자금은 당장 키프로스에서 철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의 대응 방향에 따라 추가 논란의 여지도 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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