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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대법원 ‘동성결혼’ 합법화할듯…
83살 레즈비언 할머니의 승리?

등록 2013-03-28 15:21수정 2013-03-28 16:20

윈저, 동성 커플로 40년 생활하고도
파트너 죽자 유산 상속세 ‘폭탄’

결혼보호법 논란의 중심인물 돼
“우리는 거대한 진전을 이뤘다”
27일 낮 미국 연방대법원 계단을 걸어내려오는 83살 레즈비언 에디스 윈저의 얼굴 표정엔 환희가 가득찼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지만 “우리는 거대한 전진을 이뤘다”고 말하는 그는 이미 승리자가 된 듯했다.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 공세에 어쩔줄 몰라한 윈저의 손가락엔 반지 모양의 브로치가 끼어 있었다. 46년 전인 1967년 뉴욕 맨해튼에서 파트너인 시어 스파이어와 결혼을 약속할 때 주변 사람들이 남자가 누구냐고 물을 것이 두려워 둘은 반지 대신 브로치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렇게 레즈비언이라는 사실 자체를 말하길 두려워했던 윈저는 이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연방법(결혼보호법)에 위헌 딱지를 붙이게 할 수도 있는 중심인물이 돼 있었다. 그는 “정말 기쁘다. 이런 날이 있을 줄 생각이나 했겠는가”라고 말했다.

두사람은 40년을 정식으로 결혼 허가를 받지 않고 살았다. 윈저는 아이비엠(IBM)의 프로그래머, 스파이어는 심리학자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윈저는 <시엔엔>(CNN)에 “우리는 적당히 풍요했고 지극히 행복했다. 대부분의 커플처럼 지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파이어가 중추신경계 질환을 앓으면서 둘의 삶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스파이어가 살 수 있는 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은 후 윈저에게 정식 결혼을 제안했다. 그들은 2007년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캐나다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고 스파이어는 2009년 숨졌다. 윈저는 그 충격으로 심장병을 얻어 입원까지 해야 했다.

사단이 난 것은 윈저가 퇴원을 하고 나서였다. 집에 돌아와보니 그에겐 36만3053달러(약 4억원)의 세금을 내라는 통지서가 날라와 있었다. 스파이어가 남긴 유산에 대한 상속세였다. 알고보니 이성간 결혼한 부부는 배우자의 유산에 상속세를 내지 않게 돼 있었는데, 동성커플에게는 이것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들이 살았던 뉴욕주는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곳이지만, 연방법에 따라 동성결혼자에 대한 연방정부의 각종 혜택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었다. 윈저는 “말할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 분노가 윈저를 결혼보호법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한 동력이 됐다.


윈저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성결혼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우리가 점차 커밍아웃을 하면서 사람들은 우리가 뿔달린 사람이 아니란 걸 봤다. 그들의 아이이고 사촌이란 걸 알았다. 우리가 다른 이들처럼 인간이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날 결혼보호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는 연방대법원 심리에서는 대법관 9명 중 5명이 이 법의 합헌성에 의문을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이 공개한 발언록을 보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결혼은 일상생활과 관련된 것”이라며, 각 주가 관할할 사항이지 연방정부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요지로 말했다. 또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 4명은 평등권 보호 차원에서 결혼보호법의 합헌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내려질 판결에서 이 법이 위헌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미국 언론들은 내다봤다.

결혼보호법이 위헌으로 결정나면 현재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는 9개 주와 수도 워싱턴에 거주하는 동성결혼자들은 연방정부의 각종 복지혜택을 받게 된다. 1996년 통과된 결혼보호법은 결혼을 이성간 결합으로 한정짓고, 동성결혼자에 대해서는 세금공제, 교육융자, 건강보험 등 1100여가지에 이르는 연방정부의 각종 법률 및 복지 혜택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못박았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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