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만명 섬에 유령회사 12만개
정치인·재벌 가족들이 익명소유
탐사언론인협회, 명단 공개 시작
‘BBC’ 등 주요언론 공동취재
가디언 “재산은닉 힘들어 질것”
‘제2의 위키리크스’ 파장 일 듯
정치인·재벌 가족들이 익명소유
탐사언론인협회, 명단 공개 시작
‘BBC’ 등 주요언론 공동취재
가디언 “재산은닉 힘들어 질것”
‘제2의 위키리크스’ 파장 일 듯
푸에르토리코 동쪽 카리브해에 점점이 흩어진 섬들이 있다. 이 가운데 36개의 섬은 영연방에 소속됐으나 자치를 지키고 있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다.
2만여명 인구의 80%가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는 흑인이다.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 이 섬나라엔 법인세·소득세·상속세가 없다. 세계 최대·최고의 ‘조세 피난처’ 중의 하나이다. 세계 각국의 부자들은 이 섬에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차리거나 이들과 거래하는 것처럼 꾸며 재산을 증식해왔다.
국제탐사언론인협회(ICIJ)는 4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세계 주요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해온 유명 인사들의 명단을 폭로했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부호들에 대한 추측과 소문은 많았으나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탐사협회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차려진 유령회사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적어도 12만개의 유령회사가 이곳에 설립됐고, 세계 170개 국가 출신 수천명에 이르는 정치인·기업인·재력가 등이 ‘차명 사장’ 또는 익명 소유의 방식으로 유령회사를 차리거나 이들 유령회사와 거래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관련된 일부 주요 인사의 실명을 공개했다. 탐사협회가 “대표적 사례”라며 거론한 인물들 가운데는 필리핀의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맏딸이자 현역 정치인인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프랑스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대선 재정 공동책임자였던 장 자크 아우기어, 몽골의 국회 부의장 바야르적트 상가자브, 이고르 슈바로프 러시아 부총리의 아내 올가 슈바로프,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그 가족이 포함됐다.
또 최근 사망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영국인 동료 스콧 영, 스페인의 부호이자 세계적 미술품 수집가인 카르멘 티센-보르네미사 등도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재산을 불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탐사협회는 “이밖에도 인도네시아의 억만장자, 국제 무기거래상, 러시아 및 동유럽의 부호, 미국 석유업자의 부인 등도 세금을 탈루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번 취재에는 영국 <비비시>(BBC)와 <가디언>, 프랑스의 <르몽드>,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오스트레일리아의 <에이비시>(ABC) 방송 등 세계 31개 주요 언론사가 함께 참여했다.
탐사협회는 “공동 분석·취재한 자료에는 각 유령회사의 금융거래기록 및 이들 회사와 특정 개인의 관계를 드러내는 전자우편 200만통이 포함돼 있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는 물론 이를 거쳐간 싱가포르·홍콩·쿡 제도 등 다른 ‘조세 피난처’ 관련 기록도 있다”고 밝혔다.
이날 관련 내용을 함께 보도한 <가디언>은 “세계 곳곳의 조세피난처에 숨겨진 재산이 32조 달러(약 3경5968조원)에 이른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하며 “이번 탐사보도로 인해, 재산을 숨기려는 세계 최고 부유층의 비밀 유지가 극히 힘들어졌다”고 평가했다.
탐사협회는 “유럽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그리스의 재정 파탄은 물론 최근의 키프로스 금융위기 등은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부호들의 탈세 행위 때문이었고, 이를 평범한 사람들의 세금으로 메워 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2010년 각국 외교문서를 폭로해 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위키리크스’의 자료는 2기가바이트(GB)였지만, 이번에 우리가 확보한 자료는 260기가바이트(GB)에 이른다. 이번주에 재산 은닉자의 명단 등을 다시 발표하겠다”며 후속 보도를 예고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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