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국제일반

시리아 내전 상흔 기록 ‘인권관측소’는 1인 밴드

등록 2013-04-10 20:15수정 2013-04-10 22:53

13년전 영국 정착한 난민 라흐만
전쟁범죄·사상자 통계 인용 단골
연락원 4명 통해 정보 교차 확인
치우치지 않는 정보에 신뢰 높아
“시리아 파괴 책임자 단죄가 목표”
미국의 군사 전문가부터 유럽 인권기구와 전세계 주요 언론까지. 2년 넘게 피비린내를 흩뿌려온 시리아 내전의 사상자 통계를 인용한 수많은 자료와 기사의 출처는 사실상 한 곳이었다. 시리아인권관측소(SOHR). 하지만 이 단체는 대단한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게, 한 시리아 탈출 난민이 운영하는 ‘원맨 밴드’라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9일 전했다.

새벽 5시30분, 영국 버밍햄 인근 코번트리의 붉은 벽돌집에서 라미 압둘 라흐만(42)이 눈을 뜬다. 시리아인권관측소 소장인 그는 인터넷 전화로 시리아에 전화를 건다. 시리아 동료 4명이 230명의 현지 활동가들한테서 받은 사상자 숫자를 보고하면, 그는 이 숫자를 집계해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첫 일과를 마친다.

이후 많게는 한 시간에 15번, 적게는 10번씩 전화통화가 이어진다. 주요 통화 대상은 시리아의 활동가와 기자들이다. 시간표 대로라면 새벽 1시 언론 보도와 유튜브 영상을 살펴보고 잠이 들어야 한다. 하지만 밤을 꼬박 새우는 일도 많다. 최근에는 밤 11시께 자유시리아군 지도자 리야드 아사드가 암살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압둘 라흐만은 이튿날 새벽 5시에 그가 살아있다는 사실, 하지만 폭탄 테러로 한쪽 다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전화기를 내려놓지 못했다. 압둘 라흐만은 “휴대전화를 산산이 부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휴대전화는 남편의 첩”이라며 일에 대한 그의 애정을 증언했다.

압둘 라흐만의 목표는 ‘시리아 파괴’에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쟁범죄의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그는 “정부군과 반군 양쪽이 사람들을 세뇌시켜 유리한 방식으로 내전을 기억하게 만든다. 그 때문에 시리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기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 통계가 어느 쪽에도 유리하게 집계되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정부군과 반군 모두 압둘 라흐만을 첩자, 배신자라고 비판한다. 그는 바사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물론, 카타르 정부와 무슬림형제단, 미국 중앙정보국(CIA), 시리아 대통령의 삼촌인 리파트 아사드의 ‘도구’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동료들은 “모든 사상자를 기록하려고 애쓰고, 전쟁범죄를 기록하는데 주저함이 없다”며 그를 신뢰한다.

압둘 라흐만은 시리아 해안가인 바니야스에서 자랐다. 시리아인권관측소의 현지 네트워크도 이때 형성됐다. 하지만 2000년 반정부 활동을 함께 하던 동료들이 체포되자 고국을 탈출해 영국에 정착했다. 2006년 시리아 정부가 체포한 활동가들의 문제를 조명하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를 세웠다. 2011년 1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그가 배포하기 시작한 산발적이고 기초적인 자료들은 이제 시리아 사태를 조명하는 큰 축이 되어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의 사망자 통계는 현재 6만2550명을 돌파했다. 압둘 라흐만은 “전체 (사망자 수의) 진실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실제 사망자 숫자는 두배 가까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그는 다만 “나는 믿을만한 정보원한테서 교차 확인을 하기 전까지는 수치를 발표하지 않는다. 우리의 숫자가 (그나마) 현실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확인된 사실만 공표한다고 강조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북한 미사일 쏘면 어떻게 되나?
자격 없는데도 외국인학교 입학…의사·교수 자녀 등 163명 적발
위기탈출, 직접 체험이 ‘넘버원’
‘쥐꼬리 금리’에 돈 빼는 고객들
[화보] 제주보다 가까운 섬 대마도, 어디까지 가봤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