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단 위험 빠트렸다” 비판론 소개
영국 방송 <비비시>(BBC) 기자의 평양 잠입 취재가 논란을 몰고 왔다. 이를 다루는 <비비시>의 보도 태도도 관심을 모은다.
14일 <비비시> 뉴스 스튜디오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자신을 런던정경대(LSE) 교수라고 꾸며낸 존 스위니가 나와 있습니다. 당신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진 않았죠?” 진행자의 질문에 존 스위니 <비비시> 기자가 답했다. “나는 북한 정부한테만 (신분을) 속였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취재를 동의하고 지지했습니다.”
진행자가 다그쳤다. “처음엔 기자 한 명만 간다고 했잖아요. 사실은 세 명이었는데 말이죠. 당신은 거짓말을 했어요. 상아탑(아카데미)을 악용했다고요.”
<비비시> 뉴스 진행자는 런던정경대 학생회장도 인터뷰했다. “그 취재 때문에 학생들이 체포될 수도 있었죠?” “수치스럽고 무모한 행동이었어요. <비비시>는 학생 신변은 물론 대학의 명성까지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그 방송을 중단해야 하나요?” “절대적으로 그렇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비밀스런 북한’이라는 제목의 30분짜리 평양 르포다. 15일 저녁 8시30분(현지시각) <비비시>의 탐사보도 프로그램 ‘파노라마’에서 방영될 예정이다. 탐사전문 기자로 유명한 스위니가 지난 3월, 8일간 평양을 방문해 취재했다.
지난 13일 런던정경대는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그 취재 전말을 공개했다. 이 학교 학생 10명이 평양을 방문해 벌인 ‘현장학습’에 스위니를 비롯한 3명의 <비비시> 취재진이 교수 또는 대학원생인 것처럼 속이고 합류했는데, 이를 학교나 학생들에게 사전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스위니 기자는 이 대학을 졸업했다.
이후 <비비시> 홈페이지에는 ‘비비시가 북한에서 런던정경대 학생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등의 제목과 함께 관련 기사들이 주요하게 편집됐다. <비비시> 최고 경영진은 “‘비밀스런 북한’의 방송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논란을 전하는 보도에선 철저하게 공정·중립을 지키고 있다. 얼핏 보기엔 스위니 기자를 비판하는 내용이 더 많아 보일 정도다.
지난해 유명 진행자의 아동 성폭행 스캔들과 뒤이은 오보 사태 등으로 <비비시>의 신뢰도에 큰 오점을 남긴 일이 이번 보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비시> 등 서구 유력 언론은 신분을 속이는 취재가 윤리 원칙에 위배된다며 금하고 있지만, 권력고발 등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비밀 잠입’ 등을 인정하는 취재규정을 두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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