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후계자’ 마두로 1.6%p차 신승…야당 “불복”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

지지기반 약화로 정권 불안
고물가 등 사회문제도 산적

‘차베스의 후계자’ 니콜라스 마두로(51)가 지난달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빈자리를 채울 새 대통령으로 힘겹게 당선됐다. 안팎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데다 국론까지 양극화된 것이 확인돼 ‘마두로 정권’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현지시각) 99% 개표 결과, 마두로가 50.7%를 득표해 49.1%를 얻은 엔리케 카프릴레스(41)를 꺾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선관위는 “번복이 불가능하다”며 대선 결과를 확정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전역을 휩쓴 ‘차베스 추모 열기’에도 차베스 지지층이 적잖이 이탈한 점이 확인됐다. 지난 5일 여론조사에서는 마두로와 카프릴레스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였으나, 열흘도 안 돼 1.5%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마두로 대통령 당선자는 카라카스에서 열린 승리 연설에서 “합법적이고 헌법적인 승리”라고 강조했다. 반면 카프릴레스는 “오늘의 가장 큰 패자는 당신(마두로)”이라며 재검표를 요구했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로 지지자들을 결집하고 새 정부를 압박하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버스 운전기사 출신인 마두로는 “차베스가 길을 닦으면 마두로가 핸들을 잡을 것”이라던 선거 구호대로 2019년 1월까지 ‘차베스주의’를 계승·실천하게 됐다. 하지만 차베스라는 ‘강력한 구심점’이 사라진 뒤 상당수 지지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해, 반반으로 갈린 여론까지 부담으로 떠안게 됐다.

마두로가 ‘자산’과 함께 물려받은 차베스의 ‘부채’도 지지 기반 이탈을 부채질했다. 베네수엘라의 1분기 물가상승률은 25%에 이른다. 2월 초 볼리바르화를 평가절하해 식량 등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을 구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남미 최고의 살인율과 잦은 정전 사태 등 사회문제도 심각하다. 새 정부가 이를 해결하고 임금 인상과 사회복지 확대 등 대선공약까지 실행하려면 막대한 추가 재정이 필요한데 현실적인 대책은 별로 없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분석기업 ‘스트랫포’는 “차베스보다 신뢰도가 낮은 마두로가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끌어오기 어렵고, 외국인 투자자 유치 등 큰 변화는 지지 기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며 진퇴양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주요 수입원 노릇을 해온 국영 석유회사(PDVSA)의 예산 기여도도 “생산성 악화 누적으로 2013년 정부 추산의 60% 정도일 것”으로 전망했다.

마두로는 고교를 졸업한 뒤 버스 운전기사가 됐다. 쿠바에서 노조 지도자 교육을 받았고, 차베스가 1992년 쿠데타로 수감된 뒤 석방운동을 벌이다 차베스와 인연을 맺었다. 차베스 정권에서 국회의장, 외교장관, 부통령을 지낸 ‘강경파’로 알려졌지만, 실제론 온화하고 실용주의적이라는 내부 평가가 많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차베스 변호인 출신인 아내 실리아 플로레스(60)는 검찰총장이다.

전정윤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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