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자력협상 사실상 결렬…2년 연장 유력

6차 본협상서 의견차이 못 좁혀
한, 사용후 핵연료 권리 등 요구
미, 핵 비확산 강조하며 난색표명

한국과 미국은 18일(현지시각)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이에 따라 두 나라는 현행 협정을 2년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은 16일부터 사흘간 워싱턴에서 박노벽 원자력협정 개정협상 전담대사와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장관 특보를 수석대표로 하는 6차 본협상을 열었다. 정부 소식통은 18일“우리측은 내용이 충실한 협정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번 협의 결과를 가지고 귀국 이후 여러 경로와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되면 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협상에서 1973년 작성된 기존 원자력협정은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존적인 것인 만큼 세계 원전 수출 5위국의 위상에 걸맞게 협정을‘호혜적, 미래지향적’으로 개정할 것을 요청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측은 사용후 핵연료 처리, 원전 수출의 경쟁력 촉진,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등 크게 세가지 부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측은 오바마 행정부의 핵 비확산 노력을 강조하면서 우리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미국은 현재 북한 핵문제가 불거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측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요구한 데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에 예외를 적용할 경우 현재 진행중인 대만·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들과의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엇갈려 시한 내 타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나자 협상단은 협상 막판에 기존 협정의 2년 연장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협정은 내년 3월19일 만료되지만, 미국 의회의 비준 절차 등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 안에는 협상을 매듭지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이번 6차 본협상 전부터 기존 협정의 연장안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이번 협상의 사실상 결렬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원자력협정 개정을 약속한 데 이어, 당선 이후에도 미국 고위관리와 의원들이 방한할 때마다 협정 개정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또 5월 초 방미 전에 이견을 좁히기 위해 협상단을 서둘러 파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으로선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인 ‘핵 비확산’이라는 큰 벽에 부딪친 셈이다.

워싱턴/박현 특파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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