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폭탄 테러 용의자 조하르 차르나에프(19)
용의자 조하르 ‘심각한 상태’로 체포…사건 전모 밝히는데 시일 걸릴 듯
범죄 전문가들 ‘테러 치고는 서툴렀다’ 허점에 의구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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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폭탄 테러 용의자 ‘2호’ 조하르, 주민 제보로 체포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은 19일 저녁 8시45분께(현지시각) 매사추세츠주 교외지역 워터타운에서 도주 중이던 ‘보스턴 마라톤 대회 폭탄 테러’ 용의자를 붙잡았다. 형제 용의자 중 동생인 조하르 차르나예프(19)는 전날 경찰 대치 과정에서 숨진 형을 남겨두고 중상을 입은 채 달아났으며,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하르는 이날 워터타운 주택가에 세워져 있던 보트에 숨어 있다가 현지 주민에게 ‘핏자국’을 들켰다. 남성으로 알려진 이 주민은 핏자국과 함께 보트 속에서 인기척을 느꼈고, 보트의 방수덮개를 들춰 피범벅이 돼있는 조하르를 발견했다. 그리고 곧장 911에 신고 전화를 걸어 경찰의 검거를 도왔다. 이후 경찰은 “헬리콥터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그를 포착했고, 로봇을 이용해 보트 방수덮개를 들췄다”고 밝혔다.
경찰이 확성기를 이용해 “손을 들고 나오라”고 경고했으나, 조하르는 투항을 거부했다고 수사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주민들은 검거 현장에서 20여발의 총성을 들었다. 그러나 경찰이 쏜 것인지 조하르가 쏜 것인지 아니면 양쪽에서 발사된 것인지 따위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시엔엔>(CNN)이 보도했다. 다만, 우려와 달리 조하르는 “폭발물로 중무장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보스턴 경찰국은 트위터에 “체포!!! 추격은 끝났다. 수색을 마쳤다. 테러는 끝났다. 그리고 정의가 승리했다. 용의자는 구금 중이다”라는 글을 올려 긴박했던 추격전이 끝났음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 15일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지 4일 만에 ‘긴박한 상황’이 종료된 셈이다. 워터타운 시민들은 거리로 몰려나와 성조기를 흔들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조하르 검거 소식을 반겼다.
검거 직후 공개된 사진을 보면, 조하르는 현장에 움직임이 전혀 없는 상태로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누워있으며 수사 관계자가 그의 몸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기자회견에서, 조하르가 “심각한 상태”라며, 인근 베스 이스라엘 디커너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조하르에 대한 경찰 조사는 그의 건강 상태를 봐가며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형 타메를란(26)이 전날 새벽 폭탄을 온몸에 두른 채 경찰과 대치하다 총에 맞아 숨진 상황이라, 사건의 전모를 밝히려면 조하르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이런 사정 탓에 범행 동기와 배후세력 등에 대한 집중 조사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피>(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경찰의 한 관계자는 “조하르가 거주했던 다트머스 메사추세츠대의 교외 주택단지에서 다른 3명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으나, 단순 참고인인지 추가 용의자인지를 비롯해 이번 사건과의 구체적인 연관성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한편, 조하르가 재학 중이던 미국 다트머스 매사추세츠대 학생들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보스턴 마라톤 대회 테러 직후 학교에서 조하르를 봤다고 증언했다. 조하르의 친구들은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차분했다”거나 “편안해 보였다”고 전해 조하르의 범행 동기와 심리 상태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뉴욕타임스>는 몇몇 수사당국 관계자의 말을 따서 “그들(차르나예프 형제)의 계획이 최소한 현재까지는 결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차르나예프 형제가 벌인 테러로 인해 경찰 한명을 포함해 4명이 숨지고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지만, 범행 자체는 ‘테러’치고는 너무 서툴렀다는 지적이다. 한 베테랑 반테러 수사관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큰일을 저질러 놓고) 붙잡힐 거란 생각도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테러의 기본’이 안 돼 있는 여러 ‘허점’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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