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용의자 어떻게 검거했나
수사팀 CCTV 400번씩 보며 분석
로봇·섬광탄 등 첨단장비도 한몫
수사팀 CCTV 400번씩 보며 분석
로봇·섬광탄 등 첨단장비도 한몫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보스턴 마라톤 결승선 근처에서 두개의 폭발물이 터졌을 때, 현장에는 약 2만7000명이 운집해 있었다. 하지만 미 수사당국은 사흘 만에 ‘차르나예프 형제’를 용의자로 특정해 공개수배했다. 이어 18∼19일 이틀에 걸쳐 형제를 사살 또는 검거했다. 미 수사당국이 나흘 만에 “사건 종료”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첨단장비와 수사력, 시민 제보가 고루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건 직후. 미 연방수사국(FBI)과 보스턴 경찰 수사 관계자들 앞에는 ‘수백 시간’ 분량의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영상물이 놓였다. 한 직원이 <워싱턴포스트>에 “한 부분을 400번씩 돌려봤다”고 토로할 정도로 지루한 분석작업이 이어졌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았다. 인근 백화점 CCTV에는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6)가 두번째 폭발 지점에 가방을 내려놓는 모습이 포착돼 있었다. “가방, 이 사람을 봤다, 나를 쳐다봤다”는 부상자 제프 바우먼(27)의 서면 제보도 결정적이었다. 제프는 두 다리를 잃고 넋을 잃은 채 휠체어에 실려 가던 사진으로 전 세계를 울린 피해자였다. 그는 단호하게 목격한 내용을 진술했고, 수사 당국은 타메를란이 용의자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마라톤 참가자였던 데이비드 그린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은 동생 조하르 차르나예프(19)를 특정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 그린은 스마트폰을 충전하러 가게에 들어갔다가 화를 면했고, 폭발 직후 현장을 찍었다. 당시엔 몰랐으나, 그의 사진에는 하얀 야구 모자를 쓴 조하르의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CCTV에 잡힌 조하르는 (폭발물) 가방을 메고 있었지만, 그 뒤에 그린의 스마트폰에 찍힌 사진에선 가방이 사라졌다. 이런 증거들을 통해 수만명의 인파 속에서 용의자를 압축할 수 있었다.
시가전을 방불케한 막판 추격전에서도 첨단장비와 시민 제보가 활용됐다. 18일 경찰과 총격전 끝에 타메를란이 사망하고 조하르가 도주하면서, 보스턴 외곽 워터타운은 통금과 불안감에 갇혔다. 이때 한 주민이 집밖에 나와 담배를 피우다 집 앞에 세워둔 보트에서 ‘핏자국’을 발견했다. 보트에서 피범벅인 남자를 발견한 이 주민은 911에 신고전화를 걸었다. 당국은 블랙호크 헬리콥터에 장착한 전방 적외선 카메라로 그 실체를 확인하고, 로봇을 이용해 이 남자가 조하르임을 밝혀냈다. 그리곤 굉음과 섬광을 내는 조명탄으로 조하르의 감각을 교란시켜 체포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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