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 어머니 2년전 감시자 명단에

주베이다트 차르나예바

FBI, 2011년 증거 못찾아 수사 종결
러시아, 미국에 전화 감청자료 전달
아들과 지하드 논의…수사결과 관심

보스턴 마라톤 테러 용의자 형제의 어머니도 미국의 테러 감시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아들의 테러 혐의를 완강히 부인해 온 어머니 주베이다트 차르나예바(사진)가 숨진 큰아들과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대해 논의한 사실도 드러나, 형제의 어머니에 대한 수사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에이피>(AP) 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주베이다트와 큰아들 타메를란 차르나예프가 2011년 초 전화통화에서 모호하게 지하드에 대해 언급했으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이를 감청했다고 28일 보도했다. 타메를란은 이 전화통화에서 어머니에게 자신이 팔레스타인에 갈 수 있지만, 현지어를 못한다고 말했다. 또 주베이다트는 이 무렵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조사하고 있던 러시아 캅카스(코카서스) 지역의 한 남성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지난주 미국에 이런 내용을 담은 감청 기록을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러시아는 2011년 연방수사국과 중앙정보국(CIA)에 타메를란과 주베이다트가 이슬람 극단주의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알리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제공하지 않았다. 연방수사국은 러시아에 추가 정보를 요청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고, 2011년 6월 타메를란 모자에 대한 조사를 종결했다. 이후 미국 중앙정보국의 요청으로 타메를란뿐만 아니라 주베이다트도 국가대테러센터의 ‘테러리스트 신원 데이터마트 환경’(TIDE)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언론에서는 러시아가 감청 내용을 보스턴 테러 전에 알려줬더라면, 미 수사당국이 사전에 차르나예프 가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베이다트는 그동안 타메를란을 강경 이슬람주의자로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주목을 받아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타메를란의 어머니는 아들이 마리화나와 여자, 술에 빠져드는 걸 두려워해 그에게 종교를 강요했으며, 타메를란은 몇년 사이에 급격히 종교에 몰두했다. 그는 결국 마리화나와 술을 끊었고 (꿈이었던) 권투도 포기했다”는 사연을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주베이다트는 큰아들이 사살되고 막내아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무슬림이기 때문에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 머물고 있는 그는 친지 명의의 은행계좌를 계설한 뒤, 막내 조하르의 재판을 위한 온라인 모금운동을 시작했다고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가 전했다.

전정윤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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