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태풍 샌디때 구호활동 치중
‘저항’-‘봉사’ 사이 이념투쟁 치열
새 정치활동도 ‘세뇌·주입’ 논란
‘저항’-‘봉사’ 사이 이념투쟁 치열
새 정치활동도 ‘세뇌·주입’ 논란
‘오큐파이’(점령) 시위의 변절인가, 진화인가.
5월1일 노동자의 날 시위를 앞두고 ‘오큐파이 정체성 논란’이 물 위로 드러났다. 금융위기 이후 오큐파이는 글로벌 금융 자본과 거대 기업, 정부에 맞서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태풍 샌디 이후 오큐파이의 ‘구호활동’이 부각되며, ‘저항’이냐 ‘봉사’냐의 갈림길에서 치열한 이념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99%다.” 2011년 9월 오큐파이의 함성은 미국 월스트리트와 세계 주요 도시의 거리를 일순간에 점령했다. 불평등과 실업, 빈곤 등 신자본주의의 폐해에 시름하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미국에서는 맨해튼 남부의 주코티 공원을 중심으로, 반년 가까이 ‘점거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점거시위 이후 존재감이 희미해졌던 오큐파이는 2012년 10월 말 미 동부를 초토화시킨 태풍 샌디 이후 ‘오큐파이 샌디’라는 착한 얼굴로 새롭게 등장했다. 오큐파이 시위대는 부지런히 피해자들의 집을 청소하고 잔해를 날랐다. 이런 활동이 부각돼 기부금 150만달러 등 후원이 답지했다.
그러나 오큐파이 샌디의 선행이 ‘불평등에 대한 대항’이라는 핵심 메시지에서 멀어지는 것이라는 비판과 함께 내부 균열이 생겼다. 스스로를 무정부주의자라고 밝힌 레베카 만스키(35)는 “열띤 이메일 토론이 있었고, 그 충돌 탓에 작업중단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며 내홍을 전했다. 특히, 오큐파이는 구호활동의 일환으로 주택개량용품 판매회사 홈디포 같은 곳에 지원을 ‘요청’했고, 뉴욕시와 연방긴급사태관리청 등 정부와 ‘협조’했다. 오큐파이가 저항하고 싸워 이기고자 한 대상들과 동맹을 맺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 때문에 “오큐파이 샌디는 배신자들인가, 혹은 오큐파이의 미래인가”하는 핵심적인 질문이 대두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오큐파이 샌디는 이런 지적에 반발한다. 골디 게라(45)는 “우리는 부자들과 싸우기 전에 가난한 사람을 돕고 있다. 오큐파이 샌디와 오큐파이 월스트리트는 생각이 같다. 다만 오큐파이 샌디가 훨씬 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고, 도움을 주고 합법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자연재해의 심화는 기업활동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탓이고, 태풍 구호활동이 오큐파이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편다.
오큐파이 샌디는 최근 새로운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태풍 피해자들에게 정부의 토지 수용에 대비한 연좌농성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오큐파이 원칙에 어긋나는 “주입·세뇌”라는 논쟁을 촉발했다. 일부 투명하지 못한 기부금 사용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오큐파이 샌디는 지금까지 67만달러를 사용했다. 의료용품 5000달러와 수리 도구 구입비 9만3454달러 등 공개된 내역도 있다. 하지만 한 오큐파이 샌디 관계자는 “일부 자원봉사자들은 구호활동을 한다며 노트북을 산 뒤 사라졌다”며 기부금 오용 사례를 짚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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