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애호가로 ‘뉴요커’에 기고
마라톤 애호가로 유명한 일본 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 보스턴 마라톤 테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글을 실었다.
하루키는 3일(현지시각) <뉴요커> 인터넷판에 실은 기고문에서, 지난 30년간 마라톤을 33차례 완주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대회를 꼽는다면 주저 없이 보스턴 마라톤대회라고 답할 것이라며 마라톤과 보스턴에 대한 애정을 강조했다. 그는 보스턴 마라톤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회이고 코스도 아름다울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보스턴 시민들이 함께 세심하게 준비한 정성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행사라고 말했다.
하루키는 보스턴 마라톤 테러 희생자들이 겪게 될 트라우마(외상후증후군)를 극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상처를 감추거나 극적인 치유 방법을 찾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고 복수도 위안을 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1995년 도쿄 지하철에서 일어난 옴진리교 사린가스 테러에 대한 논픽션 르포인 <언더그라운드>를 집필하려고 사건의 생존자와 유족들을 인터뷰하며 그들이 느끼는 슬픔과 실망·분노·절망이 뒤섞인 감정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정상적인’ 삶을 살아나가더라도 내적으로는 계속 피를 흘리게 되고, 시간이 흘러 고통이 사라지더라도 또다른 고통이 찾아온다”는 것. 하지만 “고통 위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상처를 기억하고 고통을 회피하지 않으며 조용히 우리 자신의 역사들을 쌓아가야 하며,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매일 달리며 보스턴 마라톤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을 애도할 것이고, 보스턴 마라톤이 상처를 극복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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