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부모 힘든 삶…이혼뒤 모국행
어머니와 코란 공부하며 종교 쏠려
‘복싱 국가대표’ 꿈 좌절로 더 수렁
어머니와 코란 공부하며 종교 쏠려
‘복싱 국가대표’ 꿈 좌절로 더 수렁
타메를란 차르나예프(27·사진)는 지난 9일 가까스로 땅에 묻혔다. 숨진 지 20일 만이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주범인 그는 지금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북부 외곽의 이슬람 묘지에 있다. 하지만 이 지역 무슬림 공동체조차 그의 매장에 반대했다. 숨지기 전 5년간 ‘독실한 무슬림’을 자처한 그는 왜, 무슬림마저도 외면한 극단적인 이슬람주의자의 길을 택한 것일까.
죽은 타메를란은 말이 없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그가 남긴 퍼즐 조각을 맞추려고 수사력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배후 세력과 범행 동기 등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
타메를란의 어머니 주베이다트는 “아들이 술, 여자, 대마초에 빠져드는 게 두려워” 이슬람을 강요했다. 어머니와 코란 공부를 시작한 타메를란은 2008년께부터 종교에 큰 관심을 보였다. 어머니의 뜻대로 술과 여자, 대마초도 끊었다. 하지만 그 이슬람 심취가 타메를란을 테러로 이끈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타메를란 가족이 ‘희망의 땅’ 미국에서 겪은 좌절에서도 퍼즐 조각을 찾을 수 있다. 1995년 미국에 정착한 친삼촌 러슬란의 삶은 마법 같았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의 연봉은 2005년 21만6000달러였다. 타메를란의 아버지 안조르도 2002년 형 러슬란의 도움으로 미국에 왔다. 타메를란은 이듬해 어머니와 함께 미국에 정착했다.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타메를란 가족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아버지는 자동차를 수리했다. 형에게 1시간에 10달러, 하루에 100달러를 버는 삶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어머니도 얼굴마사지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절망이 희망의 목을 졸랐다. 어머니는 삶을 종교에 의탁하기 시작했다. 부부 갈등이 깊어졌고, 2011년 이혼했다. 아버지는 암에 걸려 그해 다게스탄으로 돌아갔다. 어머니도 2012년 절도 혐의로 기소된 이후 다게스탄으로 떠났다.
타메를란은 러시아 자치공화국 칼미크에서 태어나, 키르기스스탄과 체첸을 떠돌다 17살에 미국에 왔다. 하지만 이메일 주소가 ‘The_Professor@real-hiphop.com’이었을 정도로 미국적인 청년으로 자랐다. 특히 그에겐 ‘미 국가대표 권투선수’라는 꿈이 있었다. 그는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미 뉴잉글랜드 지역 헤비급 챔피언이었다. 그러다 2009년 전미복싱선수권에서 오심으로 패배했다. 2010년에는 불같은 성정이 불운을 자초했다. 그는 상대 라커룸에 들어가 선수와 트레이너를 조롱했다. “넌 아무것도 아니야. 난 널 다운시킬거야.” 이 말은 결국 타메를란을 주저앉히는 족쇄가 됐다. 상대 선수 쪽은 권투협회에 타메를란의 ‘자격’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듬해부터 미국 시민권자만 전미복싱선수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선수생활 포기와 결혼이 겹치며 삶의 방향이 극적으로 틀어졌다. 타메를란은 2010년 무슬림으로 개종한 미국인 캐서린 러셀과 결혼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가정보건사였던 캐서린이 일주일에 70∼80시간씩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타메를란은 가끔 피자 배달 따위를 하며 3살 딸을 보살폈다. 한 때 모피를 두르고 뱀피 신발을 신은 채 링을 휘젓던 ‘패셔니스타’는 이때부터 잠옷 차림으로 이웃들과 마주치는 일이 잦아졌다. 그의 턱엔 수염이 자라기 시작했다. 13㎝에 달하던 수염은 2012년 1월부터 6개월간 러시아 여행을 마친 뒤 다시 말끔해졌다. 그리고 반년 뒤 보스턴 마라톤대회 결승선 근처에서 두개의 폭탄이 터졌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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