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공격제한’ 진정성 논란
발표 7일만에 CIA 작전 벌여
발표 7일만에 CIA 작전 벌여
파키스탄탈레반의 2인자가 29일 미국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무인기 공격을 제한하겠다고 밝힌 지 엿새 만의 일이다. 새 무인기 계획의 진정성과 미국의 속내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은 29일 미 중앙정보국(CIA)이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 부근 북와지리스탄의 한 마을을 공격해, 파키스탄 탈레반 부사령관 왈리우르 레흐만을 비롯해 적어도 6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무인기 공격과 레흐만 사망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미국은 2009년 아프간 미군 기지에 폭탄을 터뜨려 중앙정보국 요원 7명을 살해한 작전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레흐만의 목에 5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어놨다.
이번 무인기 작전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3일 무인기 공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밝힌 지 일주일도 안 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미 행정부 당국자는 “미군이 아프간에 남아있는 한,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새로운 무인기 (제한)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29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비판 여론 탓에 무인기 운용을 축소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은 이유다.
미국이 6월5일 취임을 앞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에게 경고를 보내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은 2004년 이래 파키스탄에서 360여차례 무인기 공격을 감행했다. 샤리프는 이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미국의 무인기 공격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파키스탄 스스로 무장세력들을 해산시키지 못하면, 미국은 파키스탄에서 무인기 공격을 계속할 것이라는 메시지”라고 전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이번 공격에 대해 “주권과 영토, 국제법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정부 공식 견해와는 별개로, 파키스탄 내부의 반응은 다양하다. <비비시> 방송은 “파키스탄 탈레반은 지난 7년간 파키스탄 군과 시민에 대한 공격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파키스탄 사람들도 레흐만 사망을 반길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레흐만은 파키스탄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하키물라 메수드보다 덜 극단적이다. 레흐만 사망 이후 파키스탄 정부와 파키스탄 탈레반의 평화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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