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 휴양지에서 ‘세기의 회담’
기존 강대국(미국)과 떠오르는 강대국(중국) 간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기의 정상회담’이 7일 오후(한국시각 8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휴양시설 서니랜즈에서 시작된다.
중남미 순방 마지막 일정인 멕시코 방문을 마친 시 주석은 6일 오후 랜초미라지 인근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숙소인 하얏트호텔로 이동했다. 미국 측은 인근에 주둔 중인 해병대원 30명을 시 주석 경호에 투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오전 로스앤젤레스에서 모금행사에 참석하고 난 뒤 서니랜즈에 도착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서니랜즈에서 이른바 ‘와이셔츠 회담’을 시작한다. 이번 회담은 두 정상이 개인적 친분과 신뢰를 쌓고자 넥타이를 풀고 격의없는 토론을 한다는 의미에서 와이셔츠 회담으로도 불린다.
회담장인 서니랜즈는 모하비사막에 자리잡은 인공 휴양시설이었다.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휴가차 머물거나 외국 정상을 초청하는 장소로 유명해지면서 ‘서부의 캠프데이비드(매릴랜드주에 있는 미 대통령 전용 별장)’로 불리기도 한다.
‘햇볕이 잘 드는 땅’이라는 이름의 서니랜즈는 낮에는 기온이 43℃까지 올라간다. 경찰들은 서니랜즈 외곽 3㎞ 지점부터 바리케이드를 치고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0.81㎢ 규모의 이 휴양시설은 수백그루의 올리브 나무 등으로 둘러싸여 있다. 경찰 통제선 밖에선 중국계 인권단체 활동가 50여명이 피켓 등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미국에 이민온 지 30년이 됐다는 스티브 트롱은 “중국 지도부는 천안문(톈안먼) 사태 당시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며 “중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신장시키는 데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최근 몇년새 두 나라 사이에 불거진 ‘전략적 불신’을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첫해인 2009년 중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모색했으나, 2010년부터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하는 등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긴장이 높아졌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1년부터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펴면서 아시아 지역에 대한 군사력 증강에 나섰다. 이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지난해부터 미국에 요구하고 있는 ‘신형 대국관계’가 미국의 이런 압박에 대한 대응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형 대국관계란 갈등적 관계를 보였던 과거 강대국 관계와 달리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고, 건설적 경쟁으로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관계를 말한다. 과거 미-소 관계와 달리 미-중 관계는 경제·문화적 상호의존도가 높아 충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앞으로 국내 정치적 요인으로 갈등 관계로 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특히 두나라 경제가 안 좋아질 경우 미국에선 중국 때리기, 중국에선 민족주의가 발흥할 수 있다.
두 정상은 7일 오후와 8일 오전 두차례 공식 회담을 열 예정인데, 1차 회담 뒤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랜초미라지(캘리포니아주)/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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