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개인정보 수집’ 내부고발 스노든
신상 공개…SNS로 대중 만나
고발 적절성 판단 시민 맡겨
홍콩 호텔 퇴실 뒤 행방 묘연
신병 인도 여부 관심 쏠려
미-중 관계 증진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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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스노든(29)은 다르다. 과거 내부고발자들은 익명의 그늘 아래 오랫동안 숨었다. 당국의 수사·처벌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스노든은 그늘에 숨지 않았다.
“그가 내부고발자의 역사를 바꿨다. 그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대중과 직접 만나는 ‘유비쿼터스’(곳곳에 존재하는) 내부고발자”라고 <뉴욕 타임스>는 평가했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스노든은 전화·인터넷·전자우편 등에 담긴 개인정보를 미국 정보기관이 수집해왔다고 폭로했다. 관련 보도 직후 이름·얼굴·신상을 스스로 공개했다. 10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카메라 앞에서 당당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페이스북·트위터 등으로 퍼졌다. 미국 정부의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건, 스노든을 둘러싼 진실·윤리·정의에 대해 세계인들은 이미 각자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정부는 내부고발자를 사악한 인간으로 몰아가지만, 스노든은 정부 기관이 자신을 ‘정의’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대중이 직접 판단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는 홍콩에 있지만 또한 모든 곳에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지적했다.
그의 영향력은 이제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그의 몸뚱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영국 방송 <비비시>(BBC) 등 외신은 11일 “스노든이 10일 정오께 홍콩 미라 호텔에서 체크아웃(퇴실)했고, 현재 어디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인상적인 인터뷰 영상을 남기고 일지매처럼 사라진 스노든을 두고 세계 각국 정치인들은 복잡한 알고리즘(연산)을 풀고 있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1일 이번 사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관계 증진에 대한 첫번째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1998년 홍콩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었다. 미국이 스노든에 대한 체포영장을 인터폴에 제시하면,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홍콩은 그의 신병을 미국에 넘길 수 있다. 미국 법무부는 스노든의 반역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중국이 스노든을 미국에 넘기면,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계는 향상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두 강대국이 합심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국제적 비난에 처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비판해왔다. 중국은 ‘만리장성 방화벽’으로 불리는 인터넷 검열 체제를 통해 수억개의 웹사이트 접속을 차단해왔다. 개인의 각종 인터넷 접속 실태도 검열했다.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 드러났다. 중국이 개인에 대한 방대한 검열을 벌였다면, 미국은 ‘프리즘’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
이번 폭로 직후 백악관은 “국가안보와 시민권의 맞교환에 대한 토론을 얼마든지 환영한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보기관의 감시에 대해 “테러 방지를 위한 약간의 사생활 침해”라고 주장했다. 체제 안보를 위해 시민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인식을 더 확대하면, 미국이 ‘자유 억압 국가’ 중국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유럽은 벌써 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11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미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 파문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유럽연합은 13일 더블린에서 열리는 미국과의 회의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명확한 해명과 재발 방지 방안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미 정보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은 전세계적으로 전개됐고, 유럽인들도 그 대상이다.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 법무담당 집행위원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는 기본권에 속하는 문제임을 이번 사건이 보여주고 있다”며 미 정부를 비판했다.
유럽연합과 별개로 독일 정부는 미 정보기관에 의해 독일 국민의 사생활 보호 권리가 얼마나 침해받았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다음주 독일을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정부는 스노든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11일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스노든의 망명) 신청이 들어오면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는 10일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지난 10년을 통틀어 가장 심각한 사건을 폭로했다”고 스노든을 평가했다. 아울러 각 나라 정부를 향해 “이번 일을 계기로 어떤 국가가 인권, 사생활, 망명의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지, 또 어떤 국가가 미국을 두려워하고 감시의 문제에 눈감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유럽과 중국 사이에 끼어버렸다. 체제 수호와 자유 보장의 딜레마도 떠안았다. 스노든의 폭로는 말 그대로, 세계 곳곳에서 ‘유비쿼터스’ 하고 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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