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란덴부르크 연설 4000명 참석
경찰 ‘반 오바마’ 시위 봉쇄 진땀
2008년엔 20만명 열렬한 환영
경찰 ‘반 오바마’ 시위 봉쇄 진땀
2008년엔 20만명 열렬한 환영
“나에게는 무인기가 있습니다.”(I Have A Drone)
18일부터 이틀간 독일 베를린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조롱하는 손팻말을 든 시위대가 등장했다. 1963년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미국 노예 해방 100주년 기념 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절묘하게 비튼 구호였다.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 구호였던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Yes, We Can)에 빗댄 ‘우리는 감시할 수 있습니다’(Yes, We Scan)도 시위 팻말에 등장했다.
19일 오바마의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연설에 맞춰, 독일 시위대가 평화와 동떨어진 오바마 정부의 국가안보 정책을 비판하는 촌철살인의 시위를 벌였다. 무인기 공격과 전세계 개인정보 감시, 관타나모 수용소 등 오바마 정부의 정책들이 줄줄이 도마에 올랐다.
2008년 7월에도 오바마가 베를린을 방문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그는 냉전종식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연설하고 싶어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통령이 아니라며 불허했고, 오바마는 베를린 승전탑 앞에 섰다. 하지만 20만명의 독일 시민들이 오바마를 열렬히 반겼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존 에프 케네디를 연상시키는 젊은 오바마가 이끌어 갈 ‘새로운 세상’에 대한 유럽의 열망을 드러낸 장면이었다.
그로부터 5년 뒤 오바마는 재선 대통령으로 베를린을 찾았다. 예전의 환호를 기대했겠지만, 베를린의 분위기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줬다.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선 초청장을 받은 4000명의 시민들만 자리를 지켰다. 독일 경찰은 ‘반 오바마’ 시위대를 차단하기 위해 베를린 전역을 봉쇄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연설장에 못들어간 시민 아르군 푸랄은 프리랜서 언론인 마크 영에게 “오바마가 공약을 지키지 않아 실망했다. 관타나모는 여전하고, 무인기는 섬뜩하다. 오바마가 대통령감이긴 하지만, 시대를 잘못 만났다”며 실망과 동정을 드러냈다.
독일 사회는 특히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전세계에서 전화 통화와 인터넷 개인정보를 수집해왔다는 최근 폭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독일은 동독 국가보안부 ‘슈타지’의 트라우마가 남아있는 나라다. 이 때문에 오바마를 ‘슈타지 2.0’에 비유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오바마는 메르켈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6분 내내” 미국이 개인 이메일과 전화통화의 내용을 감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고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무인기 정책에 대한 비판도 드높았다. 미국과 유럽의 인권·시민단체들은 오바마 취임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예멘 등에서 300차례 이상의 드론 공격이 실행됐고, 이로 인해 2500명 넘게 숨졌다고 지적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국가안보’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을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지 않고 살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드론이 공격하는 순간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무고한 여성과 어린이들의 목숨을 빼앗았다는 비판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19일 미국 안에서도 민간인 감시를 위해 무인기를 사용한다고 시인했다. 로버트 뮐러 연방수사국장은 “무인기 수가 매우 적고 드물게 사용되며, 사용을 위한 지침도 검토중인 초기 단계”라며 ‘최소한’을 강조했다. 하지만 무인기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국정원, 느닷없는 ‘노무현 NLL 발언’ 공개 왜?
■ YTN, 편집국 간부 지시에 ‘국정원 박원순 비하글’ 특종을…
■ 이효리씨! 3년 전 ‘독설’ 사과합니다
■ 한국산 최루탄, 터키 시위대를 진압하다
■ [화보] 백년된 기둥이 살고 마당 헝겊꽃엔 새들이…
■ 국정원, 느닷없는 ‘노무현 NLL 발언’ 공개 왜?
■ YTN, 편집국 간부 지시에 ‘국정원 박원순 비하글’ 특종을…
■ 이효리씨! 3년 전 ‘독설’ 사과합니다
■ 한국산 최루탄, 터키 시위대를 진압하다
■ [화보] 백년된 기둥이 살고 마당 헝겊꽃엔 새들이…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