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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미 대법 이번엔 “투표권법 위헌”…소수인종 보호막 잇단 손상

등록 2013-06-26 19:51수정 2013-06-26 22:25

*투표권법: <1965년 ‘소수인종 참정권 보장’ 제정>

보수 우세 대법원 5-4로 ‘일부 위헌’
“흑인 투표율 높아진 현실 반영해야”

전날은 ‘소수계 우대’ 엄격적용 주문
인종차별 둔 여론 인식 변화도 배경
1960년대 초, 존 에프 케네디와 린든 존슨 대통령 재임 시절 세워진 미국의 ‘소수인종 보호막’들이 철거되고 있다. 인종은 한때 미국인들의 삶을 가로막는 가장 높은 장벽으로 여겨졌으나, 빈부격차 심화라는 현실과 흑인 대통령 재선이라는 상징 앞에 빛이 바랬다. 여론은 인종 대신 계층을 기준으로 소수자 우대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보수 대법관이 우세한 연방대법원은 여론을 등에 업고, 인종에 기반을 둔 각종 소수자 보호의 문을 닫는데 앞장서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25일 남부지역 등 인종차별이 심각한 주에서 소수인종의 참정권을 보장하려고 제정된 투표권법에 대해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24일 미국 대학의 소수계 우대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을 “유지는 하되, 엄격히 적용하라”며 항소법원으로 되돌려보낸 지 하루 만이다.

대법원은 이날 앨라배마주 셸비 카운티 당국자들이 제기한 투표권법 위헌 소송에서 투표권법 제4조가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이 법은 선거법을 개정할 때 연방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정부를 선정하는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투표권법은 존슨 행정부 때인 1965년 제정돼 1975년 마지막으로 개정됐다. 2006년 의회에서 찬성 390 대 반대 33으로 재승인을 받았으며, 현재 앨라배마와 미시시피주 등 9개주가 적용을 받고 있다. 대법원은 현행법이 마지막 개정 때인 40년 전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의회가 현실을 반영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시시피의 경우, 투표권법이 처음 발효됐을 때 흑인 투표율은 6.4%였다. 흑-백 투표율 차이는 60%포인트였다. 하지만 2004년 미시시피 흑인 투표율은 76%로, 백인에 비해 4%포인트 높았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강화될 전망인데, 연방대법원이 이런 ‘변화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이다.

연방대법관 9명은 이번 판결에서 찬성 5 대 반대 4로 의견이 갈렸다. 보수 5명 대 진보 4명으로 보수 성향이 우세한 연방대법원의 이데올로기 지형이 소수인종 보호법을 걷어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에 대한 여론의 인식이 약해지고 있는 것이 좀 더 근본적인 배경으로 분석된다. 케네디 대통령 때 제정된 ‘어퍼머티브 액션’의 철폐를 옹호하고 있는 피터 삭스는 “미국의 경기침체는 부자와 빈자 사이의 불평등을 심각하게 악화시켰다”며, 인종보다는 계층이 소수자 우대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퓨리서치센터 조사 결과, 2012년 현재 흑인들에게 인종차별이 최대 장애물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23%였다. 1995년 37%에 비해 14%포인트 줄었다. 또 <에이비시>(ABC) 방송과 <워싱턴포스트>가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미국 대학의 어퍼머티브 액션을 지지한 비율은 22%에 불과했다. 76%는 반대 의견을 밝혔다. 특히 반대 비율은 흑인(19%)·라틴계(29%)나 백인(20%)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도 없었다. <에이피>(AP) 통신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사회·경제적 특권층인 두 딸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대학입학에서 혜택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등 진보 성향 언론들은 “단순한 사실은, 인종이 여전히 (미국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라며, 소수인종 보호법의 존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소수인종과 취약계층 모두를 우대할 일이지, 인종 우대를 철폐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미시간주립대는 2003년 연방대법원에서 ‘어퍼머티브 액션’ 합헌 판결을 이끌어내고서도 2006년 주민투표로 이를 중단하게 됐다. 이후 캠퍼스의 다양성을 지키려는 대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소수자 학생수는 줄고 있다. 이 대학 입학사정관 테드 스펜서는 “소수인종이 대변하는 다양성을 저소득층이 대체할 수는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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