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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다운증후군 여성의 ‘독립선언’ “내 선택의 자유를 돌려달라”

등록 2013-07-22 20:39

버지니아주에서 부모에 맞서 자기결정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다운증후군 여성 마거릿 진 해치(29·오른쪽)가 가족 사진 속에서 부모와 함께 웃고 있다. 마거릿 진 해치 페이스북 갈무리
버지니아주에서 부모에 맞서 자기결정권 소송을 벌이고 있는 다운증후군 여성 마거릿 진 해치(29·오른쪽)가 가족 사진 속에서 부모와 함께 웃고 있다. 마거릿 진 해치 페이스북 갈무리
친구 커플과 동거 원하나
부모 반대 부닥치자 소송
지적장애인 자기결정권 논의 촉발
인권단체 “제니 위한 정의” 지지
“후견인은 필요 없어요. 내 선택의 자유를 돌려주세요.”

미국의 스물아홉살 다운증후군 여성 마거릿 진 해치(애칭 제니)가 부모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자기결정권’ 소송이 시선을 끌고 있다. 제니의 변호인과 장애우 인권단체 쪽은 이번 소송을 통해 지적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물꼬가 터지길 기대하고 있다.

21일 <워싱턴포스트>를 보면, 제니의 아이큐는 52 수준이다. 그러나 6살 때부터 글을 읽었고, 수년간 공화당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할 정도로 주관이 뚜렷하다. 반면 친구나 타인에게 과도하게 애정을 쏟아붓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제니는 친구인 켈리 모리스와 짐 탤버트 커플과 함께 살기를 원한다. 그는 5년 전 버지니아주 뉴포트 뉴스의 빈티지 쇼핑가에서 약혼자 사이인 이 커플을 만났다. 빈티지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켈리 커플은 제니를 점원으로 고용했다. 제니는 이들의 삶 속에 잘 녹아들었고, 곧 친구가 됐다. 커플은 넓은 자택의 일광욕실을 제니의 방으로 꾸몄다. 장애인용 욕실도 마련했다. 동거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켈리의 15살 딸 조던은 제니와 허물없이 지내며 마음을 나눴다. 제니는 이 삶이 유지되길 바랐다.

법적 후견인인 부모의 생각은 달랐다. 부모는 이혼한 뒤 각자 가정을 꾸렸다. 양친 모두 제니와 함께 살 형편은 못된다. 대신 딸이 정부 지원을 받는 그룹홈에서 적절한 관리와 보호를 받으며 살길 바란다. 부모는 켈리 커플과 함께 사는 것은 “제니에게 너무 많은 자유를 준다”고 불안해한다. 부모는 지난해 3월 있었던 교통사고를 예로 들었다. 당시 제니는 비 오는 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를 들이받아 등을 다쳤다. 또 부모는 “딸이 남성들과 부적절한 행동을 하며, 잘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사로잡힌다”며 규율이 있는 그룹홈이 적절하다고 강조한다. 제니는 결국 그룹홈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최소한 한차례 이상 그룹홈을 탈출해 친구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8월 제니는 부모를 상대로 소송을 시작했다. 켈리 커플도 자비 5만달러 이상을 들여 소송을 도왔다. 변호인인 조너선 마티니스는 “맞춤법과 문장은 틀렸지만, 제니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나는 더이상 후견인이 필요 없다. 도움은 필요하다. 켈리와 짐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오는 29일 뉴포트 뉴스 법원에서 이 사건 심리가 재개된다. 부모의 뜻에 반하는 다운증후군 여성의 ‘독립선언’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인권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제니를 위한 정의”라는 구호를 외치며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있다. 마티니스 변호사는 “이 사건이 지적장애인 후견인에 대한 논의를 바꿀 산사태를 일으킬 바위가 되길 희망한다”며 “우리는 지적장애인들이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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