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스노든에게 러시아 입국 서류 전달” 보도
변호사 “새 옷과 ‘죄와 벌’ 등 책 몇권 전달” 해명
변호사 “새 옷과 ‘죄와 벌’ 등 책 몇권 전달” 해명
한달째 러시아 모스크바의 셰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머물고 있는 ‘세기의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거취를 놓고 전세계 언론들이 24일 오보 소동을 벌였다. 이날 <리아노보스티> 등 러시아 언론들은 “러시아 이민국이 스노든의 입국을 허용하는 서류를 발급했다”며 “스노든을 돕고 있는 변호사 아나톨리 쿠체레나가 이 서류를 스노든에게 전달하기 위해 공항으로 갔고, 그 사이 스노든은 새 옷을 지급받는 등 공항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를 포함해 <에이피>(AP) 통신 등 언론들은 이를 받아 “몇시간 뒤” 공항을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일제히 내보냈다.
하지만 쿠체레나는 이날 오후 공항에서 스노든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정부는 스노든의 망명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 그의 입국을 허용하는 서류는 발급되지 않았으며 스노든은 계속 공항 환승구역에서 지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노든은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배우려고 한다. 현재로선 러시아가 그의 최종 망명지”라고 덧붙였다.
미 국가안보국(NSA)의 외주컨설팅업체인 부즈앨런해밀턴의 직원이었던 스노든은 홍콩에서 미국 정부의 비밀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하고 난 뒤 지난달 23일 망명길에 올랐으나 경유지인 러시아 공항에서 발이 묶였다. 미국 정부는 그가 다른 나라로 가지 못하도록 여권을 말소했고, 초반에 그를 받아줄 듯했던 에콰도르 정부는 “에콰도르 영토로 오면 망명을 받아주겠다”며 발을 뺐다.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스노든을 반겼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미국 정부에 대한 폭로를 중단해야 러시아에서 머무를 수 있다”며 압박했다. 결국 스노든은 법적으로 러시아 영토가 아닌 공항 환승구역의 호텔에서 숙식하며 지내야 했다.
지금까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볼리비아 등 남미 세 나라가 스노든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지만 그는 여권이 없기 때문에 남미로 가려고 해도 러시아 정부의 허락 없이는 환승구역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에 스노든은 지난 12일 공항에서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만나 러시아에 임시 망명을 요청하겠다고 밝혔고, 16일 정식으로 신청서를 냈다. 임시 망명 결정이 내려지면 스노든은 1년 동안 러시아에 머무를 수 있고 그 기간 동안 해외여행도 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았으며 주러 미국대사관 소속 연방수사국(FBI) 요원들도 러시아 안에선 그를 체포할 권한이 없다.
한편, 쿠체레나 변호사는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스노든에게 새 옷들과 함께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등 책 몇권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죄와 벌>은 탐욕스런 전당포 주인을 죽이고 돈을 훔친 가난한 대학생 라스콜리니코프가 겪는 내면의 갈등과 번뇌를 그린 작품이다. 그는 “스노든에게 이 책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스노든이 라스콜리니코프와 비슷한 고뇌를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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