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 뒤 ‘낯선’ 병 콜레라 번져
7500여명 숨지고 57만8천명 투병
네팔서 파견온 평화유지군이 퍼뜨려
유엔 “책임없다”…피해자들, 소송채비
7500여명 숨지고 57만8천명 투병
네팔서 파견온 평화유지군이 퍼뜨려
유엔 “책임없다”…피해자들, 소송채비
2010년 1월12일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대지진으로 초토화됐다. 20만명 넘게 숨졌고, 200여만명이 이재민이 됐다. 그해 10월 유엔 평화유지군이 파견됐을 때 아이티는 환호했다. 또다른 비극의 씨앗이 될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같은 달, 아이티에서 구토와 설사 환자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아이티에선 낯선 콜레라 환자였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적어도 7500여명이 숨졌고, 57만8000명이 감염됐다. 인구 10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섬나라에서 국민 6%가 콜레라로 고통받고 있다. 인근 도미니카 공화국까지 콜레라가 퍼졌다. 전염 속도도 좀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이를 금세기 최악의 콜레라 사태로 규정했고,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7일 그 책임을 유엔 평화유지군에 돌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은 7일 예일대 로스쿨과 보건대의 보고서를 근거로, 아이티 콜레라의 원인은 2010년 네팔에서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라고 보도했다. 콜레라가 창궐하고 있는 네팔에서 온 군인들이 아이티에 전염병을 퍼트렸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당시 유엔군 주둔 기지의 정화시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콜레라 박테리아가 주요 식수원인 아르티보니트강으로 흘러들어 온 나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 보고서의 요지다.
앞서 몇몇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을 했다. 유엔의 콜레라 전문가인 대니엘 랜테일 박사도 영국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아이티 콜레라 전염은 유엔군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예일대 보고서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유엔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상임위원회를 구성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예방 지원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이티 피해자들도 올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유엔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유엔은 지난 2월 “법적 책임이 없다”며 보상을 거부했고, 지금도 이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12월, 앞으로 10년간 22억70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의 콜레라 퇴치를 돕겠다며 보상이 아닌 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정화시설을 바꾸고, 치료시설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를 보면, 유엔이 발표한 구호기금은 아이티의 콜레라 근절에 필요한 전체 자금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예일대 보고서는 “이 약속마저도 현재까지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이티 콜레라 피해자들의 인내는 임계치에 도달했다. 이들은 유엔이 보상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손해배상 소송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비비시> 방송이 보도했다. 피해자 변호인 쪽은 사망자 1인당 10만달러, 감염자 1인당 5만달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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