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지지자들 이송중에 사망
“탈옥 시도”…“창밖 총격” 엇갈려
시시 국방 “테러 대처” 강경 고수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진퇴양난
정부 ‘해산’ 압박에 ‘지하화’ 위기
추가 사상 우려에 대응방식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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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 국방 “테러 대처” 강경 고수
무슬림형제단 지도부 진퇴양난
정부 ‘해산’ 압박에 ‘지하화’ 위기
추가 사상 우려에 대응방식 고심
군부가 주축이 된 이집트 정부의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으로 이미 1000명 가까운 목숨이 희생됐지만, 이집트는 여전히 살육의 혼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당선시켜 창립 80여년 만에 이집트의 유력 정치세력으로 빛을 본 무슬림형제단이 다시 ‘지하화’ 위기에 몰렸다.
유혈진압의 주요 표적이 된 무슬림형제단은 18일 예정된 시위 대부분을 취소하며 추가 유혈사태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이날 교도소로 이감되던 시위대 가운데 최소한 36명이 간수들에게 살해됐다.
이집트 과도정부 내무부는 18일 이감중이던 이슬람주의자 36명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 <엔비시>(NBC) 방송 등의 보도를 보면, 숨진 이들은 카이로에서 체포된 시위대로, 대부분 무슬림형제단 소속이다. 이들은 전날 밤 카이로 나스르시티의 경찰서 두 곳에 수감됐다가 이날 카이로 외곽의 아부 자아발 교도소로 호송되는 와중에 간수들한테 살해됐다. 내무부는 수감자들이 호송 차량에서 경찰관 한 명을 인질로 잡고 탈옥을 시도하다 충돌이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무슬림형제단이 중심이 된 ‘반쿠데타 연합’은 “수감자들은 창밖에서 날아든 총탄과 최루탄의 공격을 받고 숨졌다”며 “(정부가 저지른) 명백한 학살”이라고 반박했다. 사망자가 52명이나 된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이어 19일 이집트 북부 시나이반도에서는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이 경찰 버스를 공격해 차량에 타고 있던 경찰 25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비비시>(BBC) 등이 보도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이번 공격 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연결되는 이 지역의 라파 검문소를 폐쇄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신의 뜻’이라며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무슬림형제단 지도부는 추가 희생에 부담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무슬림형제단의 내부 관계자는 <뉴욕 타임스>에 “지도부는 사태가 점점 통제 불능이 돼간다고 걱정하고 있다. 더 이상의 사상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진퇴양난에 처한 무슬림형제단의 처지를 전했다. 하지만 한살 아들을 안고 시위에 나온 사미라는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며, 시위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무슬림형제단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는 사이, ‘타협’과 ‘지하화’의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과도정부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하짐 바블라위 총리가 18일 무슬림형제단 해산안을 제시한 데 이어, 과도정부의 실세인 압둘팟타흐 시시 국방장관은 지난주 유혈진압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 강경 진압 방침을 천명했다. 시시 국방장관은 이날 단호한 어조로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주의자들을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집트 유혈사태와 강경 진압을 비난하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 왕정국가들은 이집트 군부를 지지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무슬림형제단이 시위를 취소한다고 밝힌 국면에서 벌어진 수감자 사망 사태는 “이집트가 미지의 영역으로 달려가고 있는 징후”라고 짚었다. “과도정부와 무슬림형제단 어느 쪽도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이집트인들이 점점 더 분열되고 정치적 해결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과도정부가 무슬림형제단을 해산시키더라도 이 ‘뿌리 깊은 풀뿌리 사회조직’은 해체 대신 지하화의 길을 걷게 되리라고 신문은 내다봤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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