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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메르켈, 나치수용소 사죄 방문…아베도 봤을까

등록 2013-08-21 20:02수정 2013-08-21 22:41

20일 나치가 만든 첫 강제수용소였던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관리들과 함께 걷고 있다.
20일 나치가 만든 첫 강제수용소였던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관리들과 함께 걷고 있다.
다하우 수감 피해자 초청받아
1월에도 “나치범죄 책임” 반성

8월마다 ‘야스쿠니 방문 저울질’
같은 전범국 일본 지도자들과 대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0일(현지시각) 최초의 나치 강제수용소였던 뮌헨 인근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했다. 지난 1월26일 “우리는 나치 범죄에 영원한 책임이 있다”고 참회한 메르켈은 이번에도 희생자들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역사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희생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면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이 마음속에 가득 차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독일이 인종과 종교,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인간의 생존권을 빼앗으려고 얼마나 극단적으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영원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독일인 대다수가 당시 대학살에 눈을 감았고 나치 희생자들을 도우려 하지 않았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이곳을 방문한 것은 “역사와 현재의 다리가 되어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의 잇단 과거사 반성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서, 그간 독일 지도자들이 보여온 행보의 연장선 위에 있다. 독일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우슈비츠를 비롯해 국내외에 있는 나치 수용소를 방문해 사과와 반성을 거듭해왔다. 때론 무릎을 꿇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1970년 12월 빌리 브란트 총리가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희생자 추모비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브란트의 진심어린 사죄는 “그날 무릎을 꿇은 것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는 세계의 용서로 이어졌다. 같은 전범국이면서도 ‘종전 기념일’(8월15일) 즈음이면 전쟁을 일으킨 에이(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저울질하는 일본 지도자들과 대비된다.

독일 시민들도 지도자의 과거사 반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사정 탓인지, 독일 야당은 다음달 22일로 다가온 ‘총선 캠페인’이라며 메르켈의 다하우 방문을 깎아내리기도 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레나테 퀴나스트 녹색당 당수는 “만약 메르켈이 그 공포의 장소에서 진지하게 추모하고자 한다면 선거 운동 기간에는 방문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나치 피해자와 유족들은 야당의 공세에 아랑곳 않고 총리의 방문을 반겼다. 프랑스에서 나치 점령에 저항하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다가 다하우에 수용됐던 장 사뮈엘(89)은 “우리는 기억해야 할 의무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켈은 오늘 그 의무를 다한 것뿐이다”라고 일축했다. 24살에 다하우에 수용됐다가 이제 아흔세살의 노인이 된 피해자 막스 만하이머도 메르켈 총리의 곁을 지켰다. 그는 메르켈을 다하우에 초대한 장본인이다.

나치의 다하우 수용소는 아돌프 히틀러가 총리에 오른 직후인 1933년 3월 만들어졌다. 최초의 나치 수용소로, 다른 수용소의 모델이 됐다. 1945년 4월 미군이 들어올 때까지 20만명이 이곳에 수용됐다. 그 가운데 4만1000명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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