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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독재시절 행태 사죄합니다” 칠레 사법부 40년만의 반성문

등록 2013-09-05 20:20수정 2013-09-05 21:34

군부쿠데타 40돌 맞아 판사협 성명
“권력남용 희생자 곤경 외면했다”
남아메리카 칠레의 판사들이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독재 시절 사법부의 행태에 대해 사죄했다. 피노체트가 쿠데타로 집권한 지 꼭 40년 만이다. 오는 11일로 쿠데타 발발 40년을 맞는 칠레에서는 최근 피노체트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과거사 반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칠레 판사들을 대표하는 전국치안판사협회는 4일 “희생자들과 칠레 사회에 용서를 구할 때가 왔다”며 전례없는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피노체트 독재 시절, 판사들 특히 대법원이 인권의 수호자로서 구실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이 담겼다.

피노체트는 1973년 칠레 첫 사회주의 정권인 살바도르 아옌데 정부를 쿠데타로 몰아냈다. 1990년 물러날 때까지 17년간 3200여명을 죽이고 3만8000여명을 고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권 탄압 등 혐의로 피노체트 심판을 요구하는 고소·고발이 잇따랐지만, 피노체트가 2006년 12월10일 91살로 숨질 때까지 독재자에 대한 처벌은 이뤄지지 않았다.

사법부는 피노체트 독재 때 피해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다. 납치·실종·살해 피해자 가족들은 끊임없이 법원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사법부는 “피해자의 운명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핑계를 대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거부당한 사건이 모두 5000건에 이른다.

판사들은 성명에서 “국가 권력 남용으로 의한 희생자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아울러 “사법부의 개입을 요구한 피해자들이 처한 곤경을 외면했다”고 반성했다. 피해자와 유족들로서는 간절하게 사과를 기다려온 지난 40년이 너무 긴 절망의 터널과도 같았다. 판사들은 뒤늦게 참회하며 “(과거에 대해) 분명하고 완전하게 말하고, 인식해야만 한다”는 각오를 되새겼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칠레 판사들의 참회가 피노체트를 지지한 독립민주연합의 전 대표인 에르난 라라인 상원의원의 과거사 반성 직후 이뤄졌다고 전했다. 라라인 의원은 “용서를 구한다. 이것은 화해를 위한 목소리다”라며 독재 시절 당의 과오를 사죄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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