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언론담당관 “영국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작은 섬나라”
미 유엔대사 “뻔뻔스레 화학 공격 시리아의 후원자인 러시아”
미 유엔대사 “뻔뻔스레 화학 공격 시리아의 후원자인 러시아”
“영국은 첼시 축구클럽을 사들인 몇몇 러시아 신흥 재벌을 빼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작은 섬나라다.”(러시아 대통령 고위 언론담당관)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는 국제 규정을 명백히 깨뜨렸는데도,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인질로 삼고 국제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미국 유엔대사 서맨사 파워)
러시아에서 열린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시리아 위기 해법을 둘러싸고 둘로 분열됐다. 세계 정상들 간의 정면충돌 끝에 6일 이틀간의 회담은 막을 내렸지만, 시리아 문제에선 이견을 좁히진 못한 채 외교적 독설의 포연만 자욱하게 남았다.
6일 폐막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신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양자회담에서 서로의 의견을 경청했지만, 시리아 문제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데 대해 동의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유엔 보고서가 나오면 그도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회의장 안팎에선 거친 말들이 오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언론담당관이 자국 언론 브리핑에서 영국을 “작은 섬나라”라고 비아냥댔다는 보도가 흘러나오자 영국 총리실 관계자는 “러시아 사람들은 정상회의장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데 대해 해명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그러면 위대한 국민을 가진 작은 섬나라가 어떻게 세계에 큰 족적을 남겼는지 분명해질 것”이라고 날선 반박을 내놨다.
또 파워 미국 유엔대사는 5일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엔 안보리) 시스템은 망가졌다”며 “안보리는 대규모 화학무기 공격을 저지른 시리아 정부를 비호하는 러시아의 특권을 보호해왔을 뿐”이라고 유엔과 러시아를 싸잡아 비난했다. 미국 관영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는 파워 대사가 이처럼 거친 비난을 하는 것은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오바마와 푸틴 대통령이 회의장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는 사진도 얼어붙은 양국 관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는 시리아 정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분명하게 요구하는 내용은 남기지 않았다. 친미 국가들과 그렇지 않은 국가들의 입장이 뚜렷하게 양분됐다. 20개국 중 10개국 정상은 미국의 주장에 동참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영국, 프랑스, 사우디아라비아 등이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은 유엔 승인 없이는 어떤 행동이든 불법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라흐다르 브라히미 유엔 시리아 특사와 함께 회의장에 나타나 정치적 해법을 강조했다. 반 총장은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군사행동이 아니라 오직 정치적 해법”이라며 시리아 문제를 해결할 국제회의를 다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 프란치스코도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최국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화와 협상을 통한 시리아 내전 종식”을 간곡히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 시리아 군사개입과 관련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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