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발로 2013년 미스월드 대회 개최지를 옮기는 사태가 빚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7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의 반정부 시위로 미스월드 결선지를 수도 자카르타가 있는 자바섬에서 휴양지 발리로 옮겼다”고 보도했다.
8일 시작되는 올해 미스월드 대회는 예선을 거쳐 23일 자카르타 외곽 센툴에서 결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은 미인대회 개최를 “이단”이라고 비난하며 거세게 반발해왔다. 대회 조직위 관계자의 인형을 불태우고, 주말에도 수백명이 자바섬 욕야카르타와 수라바야 시내에 몰려나와 시위를 벌였다. 대회를 방송하기로 한 <엠엔시>(MNC) 미디어 그룹 앞에 700여명이 몰려와 “이단으로부터, 이단에 의해 인도네시아가 파괴된다”는 펼침막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유일하게 힌두교도가 다수를 이루는 발리섬 안에서만 대회를 치르겠다며 시위대를 달랬다. 이슬람의 영향력이 거의 미치지 않고, 수영복 차림의 외국인 관광객이 흔한 발리가 ‘최적지’로 선택받은 것이다.
인도네시아 무슬림 대다수는 온건한 성향으로 분석되지만, 일부 강경 세력이 과거에도 서구식 문화 행사를 무산시킨 적이 있다.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콘서트를 하려다 공연을 취소했다. 강경 이슬람주의자들이 “사탄 문화를 퍼트린다”며 반대한 탓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