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국민연합, 총선서 과반 확보
노동당 꺾고 6년만에 권력 잡아
언론재벌 머독의 집중 지원 받은
보수 성향 애벗 대표가 새 총리
노동당 꺾고 6년만에 권력 잡아
언론재벌 머독의 집중 지원 받은
보수 성향 애벗 대표가 새 총리
“6년 전보다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토니 애벗 대표의 보수야당 자유국민연합)
“몇 년 전보다 살기가 팍팍해진 것은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더 나빠질 수 있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케빈 러드 총리의 집권 노동당)
영국 방송 <비비시>(BBC)는 두 선거 진영의 메시지를 이렇게 요약하며 “유권자들은 보수야당의 메시지에 공감하기가 훨씬 쉬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7일 치러진 오스트레일리아 총선에서 보수연합 야당인 자유국민연합이 집권 노동당을 꺾고 6년 만에 정권을 되찾았다. 8일 오전 오스트레일리아 선거관리위원회(AEC)는 자유국민연합이 하원 150석 가운데 88석을 확보해 과반을 차지했으며, 노동당은 57석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자유국민연합 대표인 토니 애벗이 새 총리로 취임하게 된다.
이번 오스트레일리아 총선은 철저하게 경제 이슈가 중심이 됐으며, 경제성장 둔화에 대한 공포가 유권자들을 짓눌렀다. 복지·대외원조 예산 삭감 등 긴축재정, 해상난민 봉쇄 정책, 환경 이슈와 연계된 탄소세·광산세 폐지, 친기업 정책 등 정치·경제적으로 ‘보수 회귀’를 내건 야당이 승리한 배경이다. 앞으로 경제·환경·난민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오스트레일리아 경제는 중국의 고성장을 등에 업고 석탄을 생산하는 광산업을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누렸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며 석탄 등 원자재 수요가 줄자 오스트레일리아 경제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드물게 금융위기를 피해간 나라에 속하지만, 나라 전체가 광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다”고 <비비시>가 지적했다. 게다가 광산업 호황 시절 치솟은 물가가 실업과 수입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유권자들의 경제난 체감에 불을 지폈다. 보수연합 야당은 이런 틈새를 재빨리 파고들어 경제위기론을 확산시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스트레일리아 경제는 22년간 계속 성장해왔고, 세계 기준에 비춰 부채율이 낮고, 실업률도 5.7% 수준이고, 세계 주요 신용기관에선 트리플 에이 등급을 받고 있다”며 보수진영이 제기한 경제위기론이 부풀려진 것임을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이런 건 아무 의미 없고 결국 어떻게 인식되느냐가 갑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보수연합 야당은 선거 과정에서 한해 2만여명에 이르는 보트피플 해상 난민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며 실업자와 보수층의 불만을 자극했다. 보수연합 야당은 해군을 동원해서라도 난민들의 배를 돌려보내겠다고 강조했다. 난민들한테 상대적으로 관대하던 집권 노동당은 난민정책 강화 등으로 맞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또 보수연합 야당은 집권 노동당이 진보적 환경 의제로 도입한 탄소세와 광산세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으로, 광산업 성장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표심을 흔들었다.
새 총리가 될 애벗 대표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자 동성결혼 반대자이며, 입헌군주제를 지지하는 인물이다. 이번 선거에선 야권의 여성 후보를 두고 “성적 매력이 있어서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말로 성차별주의자란 비판을 받는 등 실수도 잦았다. 하지만 “난 맥주와 스포츠를 좋아하는 도대체 개조가 안 되는 옛날 남자”라는 좌충우돌식 유머와 서민 친화적 이미지로 단정한 학자적 풍모의 케빈 러드 총리를 꺾었다.
한편 이번 총선은 오스트레일리아 신문 시장의 70%를 장악한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자신이 소유한 신문 등 언론을 동원해 보수연합 야당을 집중 지원해 큰 논란을 낳았다. 머독은 5주에 걸친 선거 기간에 자기 소유의 매체를 동원해 러드 총리를 나치에 비유하는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머독은 7일 선거가 끝난 뒤 트위터를 통해 “오스트레일리아 유권자들은 공공부문 고용인들과 가짜 복지 징발자들이 경제 활력을 빨아먹는 데 염증이 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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