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 낙관 이유 밝혀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20일(현지시각)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북한이 최근 2005년 9·19 공동성명과 지난해 2·29 합의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왕이 부장은 자신이 6자회담 재개를 낙관하는 이유에 대해 최근 새로운 사태 전개가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한 쪽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비핵화 의지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한 합리적 시작점(reasonable threshold)을 설정하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19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양자회담을 했지만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회담 뒤 브리핑에서 “케리 장관이 북한이 기존의 비핵화 약속을 계속해서 어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불안한 사태 전개를 열거했다”며 “우리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케리 장관이 중국 쪽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았음을 내비친 셈이다.
왕이 부장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에서 회담을 열기 전 공동 기자회견에서 “6자회담을 어떻게 재개할지, 비핵화 프로세스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추진할지에 관해 케리 국무장관과 심도있게 논의하길 기대한다”며 “우리가 새롭고 중요한 합의에 이르리라고 자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왕이 부장이 케리 장관과의 회담에서 모종의 새 제안을 내놓은 것으로 보여, 앞으로 6자회담 재개 조건을 놓고 벌어질 추가 논의가 주목된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되긴 어렵다면서도, “미-중이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의 수위와 대화 재개 과정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계속 조율하며 대화의 동력이 생길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18일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6자회담 10돌 기념 반관반민(1.5트랙) 회의 참석차 방중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양제츠 외교 담당 국무위원과 왕이 부장 등 중국 외교 라인 수뇌부와 만나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김계관 제1부상은 반관반민 회의에서 “대화에 전제조건을 다는 것은 불신을 야기한다. 대화가 재개되기도 전에 우리보고 먼저 움직이라는 것은 9·19 공동성명 합의 정신에도 맞지 않는 부당한 요구”라면서도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는 위대한 대원수님들의 유훈이고 우리 공화국의 정책적 목표다”라고 말했다.
워싱턴 베이징/박현 성연철 특파원, 박병수 선임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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